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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고결하고 조용하신 성품 존경스러워-현준건 선생영전에(황대연)
이름
관리자
작성일
2013년 05월 31일 11시 33분
파일
고결하고 조용하신 성품 존경스러워
황 대 연 (원로위원회 위원장)
현준건 선생님!
이렇게 뜻밖에도, 영전에서, 그리고 오랜만에 선생님의 존함을 불러보니 목이 메어 가슴이 막혀오는 전율을 느낍니다.
이 무슨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입니까?
늘 존경해 마지않았던 현 선생님이 유명을 달리하셨다니 저는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이 비보에 접한 저는 한동안 거짓말이겠지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감돌아 현기증을 느끼면서 창문을 열고 하늘을 바라다 보았습니다.
무심한 봄 하늘은 푸르고 어디선가 라일락의 향기가 번져오고 있었으며 그 향기 속에 현 선생님의 그렇듯 조용하신 모습이 아련히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삼가 명복을 비오며 유가족 여러분께 심심한 조의를 표합니다.
현 선생님!
공사 간에 자리를 함께 하는 기회가 많지는 않았습니다마는 선생님은 잡담이나 농담 한 마디도 하시지 않는 아주 과묵하신 성격으로 늘 조용하신 성품을 지니셨습니다.
한마디의 말의 실수도 없으셨던 선생님이셨습니다. 더욱이 저하고는 바로 앞 뒷 집에 살고 계시면서도 담밖으로 넘어 오는 선생님의 목소리를 들어 본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선생님의 그 고결하고 조용하신 성품을 배워야겠다고 수 없이 다짐을 했으나 범인으로서는 하늘의 별 따기였습니다.
선생님은 우리나라가 일제의 쇠사슬에서 풀렸던 1945년 약관 스무살에 부산일보에 입사하시어 교열을 보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해방이 되긴 했으나 해방 직후 우리의 한글은 맞춤법이 엉망이었습니다. 물론 한글학회의 <표준 한글 맞춤법>이 있었으나 일인들의 강압에 의해 전혀 보급이 되지 않았었습니다. 그러한 과도기에 선생님은 신문에서 올바른 어문의 표현에 전념하시었습니다.
위대한 일을 하셨습니다. 이후 40년을 한결 같이 국제신보, 현대경제, 경향신문 등에서 오로지 교열에 전념하셨고, 1987년에는 우리 대한언론인회에서 편집위원으로 활약하시면서 평생을 활자와 싸우셨습니다.
선생님께서 그 두꺼운 돋 보기를 쓰고 교열에 열중하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옵니다.
현 선생님!
와병으로 몇 년 동안을 고생하시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한번 찾아뵙고 따뜻한 차 한잔 제대로 나누지 못한 채 이렇게 선생님 영전에 서게 되니 못내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이승에서 마지막으로 불러보는 현준건 선생님!
용서해 주십시오. 선생님!
다시 한 번 선생님의 명복을 빌며 번민도 고통도 없는 저승에서 부디 극락영생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2013년 5월 7일 여의도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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