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걸핏하면 事端을 일으키며 긴장으로 양보를 강요한 반면, 우리는 스스로 ‘햇볕, 햇볕’하며 저들의 비위를 맞추며 버릇을 잘못 들여왔다. 한국이 서둘러 화해를 구걸하려 들면 북한에 코를 꿰이고 미래를 잃게 된다. 의연하게 남북관계를 주도하면서 적극적으로 전략적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지난 5월 19일 사단법인 大韓言論人會(회장 홍원기)가 주최하고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후원한 ‘6.25와 한반도 안보’ 대토론회에서 김희상 전 대통령국방보좌관(현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지금이야말로 남북관계 주도권을 확보하는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연합사는 한미군사동맹의 결정적 연결고리며 핵심 시스템이다. 한미동맹이 칼집이라면 연합사는 그 칼날이다”고 전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함께 이어질연합사 해체문제는 서둘러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 될 한국 안보의 가장 긴급한 과제”라며 “한미동맹의 강화”를 주문했다.
“한미연합사가 해체되면 북한의 도발은 더욱 더 빈번해지고 극렬해 질 것이며, 한국 사회에 미치는 도발의 충격도 차원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번 천안함 사태도 연합사가 해체된 후의 일이었다면 사회적 충격이 이 정도에 그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김정일은 적화통일을 이루는 것 이외에는 체제위기를 벗어날 길이 없어 보인다”며 “북한은 지금도 인민이 굶어 죽는 참혹한 현실은 외면한 채, 핵을 움켜쥐고 간접침략과 군사도발에만 집착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동맹은 칼집, 연합사는 칼날”
이날 토론회는 천안함 격침이 북한의 소행으로 드러난 가운데 정부의 공식 발표를 하루 앞두고 열려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엄종식 통일부 차관, 이혜복 원로위원 등 본회 6․25참전용사와 종군기자, 일반인 등 200여명이 참석하여 성황을 이뤘다.
문명호 전 문화일보 논설주간(본회 논설고문)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 제1주제 ‘6․25와 한반도 안보’ 패널로 참석한 이정린 전 국방부 차관(성우회 사무총장)은 “전작권전환 및 한미연합사해체 반대 1000만 명 서명운동을 재향군인회와 성우회 22개 안보단체가 3년 8개월만에 완료하여 백악관과 미 국방장관, 청와대와 국방당국에 보냈다”면서 “안보가 무너지면 모든 게 무너지는 만큼 한미연합방위체제를 더욱 공고하게 다져야 한다”고 말해 박수 갈채를 받았다.
이 사무총장은 “우리나라는 戰史교육이 전혀 없다”고 개탄하면서 “젊은 세대는 물론 후대에 안보의식을 교육해야 할 책무가 우리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6․25를 바로 알리기 위해 ‘6․25는 무엇인가?(글 : 김순옥 예비역 해군대령)’ 300여권을 토론회 참가자들에게 무료로 배포했다.
제1주제 토론자인 신대근 전 대구문화방송 사장은 “천안함 격침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조사결과가 공식발표 돼도 군사적 응징은 불가능하고 UN주재의 응징은 효과가 없을 것 같다”고 전망하며 김정일 이후의 북한 급변사태와 중국의 태도가 한반도 안보에 어떤 결과를 미칠 것인지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대해 김희상 이사장은 답변을 통해 “북한이 핵폭탄을 보유하고 있다면 우리에게는 ‘삐라 폭탄’과 대북방송 재개 등 체제를 위협하는 방법이 있다”면서 “북한이 김정은체제로 가면 집단지도체제로 당장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하더라도 집단과의 상호신뢰가 무너지고 내부갈등으로 급변사태가 온다”고 전망했다. 또한 “중국의 역할에도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신대근 전 사장은 “가장 심각한 것은 군의 기강해이다. 좌파정권 때 主敵개념을 폐지하고 애매한 낙관론이 팽배하면서 군의 기강이 땅에 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같은 안보의식 해이상황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이스라엘이 중동에서 강국으로 살아가는 현실을 직시하고 귀감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납북언론인 정식의제 제기 안해
도준호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명지대 초빙교수)은 ‘납북언론인 생사확인 되어야 한다’는 토론회 제2주제 발표를 통해 6․25전쟁 초 3개월 동안 8만 3000여 명의 비전투 민간인이 북으로 납치됐고, 이 가운데 249명의 언론인이 포함돼 있다고 밝힌 뒤 “역대 정부는 납북자 송환노력은 물론 생사확인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의거 입북자는 있어도 납북자는 없다’는 억지 주장에 끌려 다니거나 남북화해를 위해서는 이 문제는 덮어주는 것이 낫다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북한 눈치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언론인을 비롯한 지식인들의 대거 납북은 남한에 비해 인적자원이 열세였던 북한이 전문지식을 활용할 목표로 조직적이고 대규모로 강제 납치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도준호 교수는 “정부가 일관된 원칙과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전쟁 납북자를 포함한 납북자 국군포로 문제를 주요 의제로 선정하여 이산가족문제와 별도로 지속적으로 북한에 요구해 한다”고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북한과 비공개로 접촉할 수 있는 민간기구를 설치하여 북의 납북자 가족이 확인되면 자유롭게 송금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대한언론인회가 2002년부터 납북언론인 문제를 제기한 것은 시의 적절하다”고 평가하면서 “국내외 각종 언론단체들과 연대활동을 펼칠 전담기구 설치가 필요하다”고 제기했다.
“북한문제 해결핵심은 인권”
이날 토론회에 홍일점으로 패널로 참가한 탈북 여성 첫 박사인 이애란 경인대학 교수는 할아버지의 월남과 지주집안, 기독교가정이라고 낙인찍혀 11살 때 간동으로 추방되어 고초를 겪었던 지난날을 되돌아 본 뒤 “당시 남한출신 지식인들도 간동지방에 많이 살았다”고 증언했다. “납북자 일부는 대남공작원으로 활용하거나 산간오지, 탄광으로 강제 추방됐다”는 것.
김 교수는 강한 북한 액센트에 직설적 표현으로 “천안함 격침도 북한이 한 짓이지 왜 멀쩡한 배가 두 동강났겠느냐”고 주장하면서 ‘천안함 어뢰설은 소설’이라고 말한 정치인을 강도 높게 비난해 박수를 받았다. 또한 “북한은 절대로 전쟁을 못한다”고 주장하면서 핵개발과 천안함 피격은 내부 결속용”이라고 말했다.
“북한문제의 해결핵심은 인권이라며 국제사회와 공조하여 북한의 인권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존 납북자 가족들도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며 “이산가족들이 나서서 우리가족을 찾아달라, 송금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주문했다.
납북자 문제 국제여론화 절실
제2주제 토론자로 나선 이태영 KOC(대한올림픽위원회) 국제위원회 위원은 “납북인사 가족의 한 사람으로 가족사적인 문제가 아니라 민족사적인 비극이며 우리 모두는 죄인”이라고 말해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납북 된 이 위원의 부친 李吉用 전 동아일보 기자는 손기정 선수 일장기 말소 사건의 주역이다. 이 위원도 한국일보와 중앙일보 체육부장을 거쳐 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사로 납북문제와 북한 인권문제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이 위원은 “비전향장기수 63명을 무조건 보내면서 납북자 약속을 받아내지 못한 것은 정부의 실책”이라고 지적하며 “정부 태도에 불만과 분노를 금치 못한다”고 말했다. 현 정부 초기 전쟁 중 납북인사를 480명으로 잘못 발표한 것도 인식의 중대한 오류이자, 6․25납북 실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국내언론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지난 4월 북한인권주간 행사의 하나로 광화문 4거리에서 ‘납북자 인사 이름 부르기’ 행사에 외국 언론은 관심을 가졌으나 국내 언론의 무관심을 개탄했다.
“납북자 문제는 북한 인권문제와 연계하고, 미국 디펜스포럼 등 인권단체와 일본 시민단체 등과 협력하여 국제여론화가 필요하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또한 “6․25 60주년 이전에 대통령 담화나 어떤 형식이든 납북자 문제에 대한 정부정책의 의지를 밝혀 줄 것”을 촉구했다.
“확고한 안보태세 확립할 때”
이에 앞서 대한언론인회 홍원기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전쟁 60년이 되었으나 북한은 핵폭탄 보유, 특수전 병력 5만여 명 휴전선 배치, 천안함 피침 등 더 위험한 집단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 가를 생각해 보기 위해 한반도의 안보와 납북언론인 생사확인을 주제로 대토론회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오늘 이 토론회가 우리나라 국방안보의 현안을 파악하고 대비책을 강구하는 자리가 되어 줄 것”을 주문했다. “이번 토론회를 후원해 준 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이성준)에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엄종식 통일부차관은 격려사를 통해 “북한은 우리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새로운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변화를 거부하고 있다”며 “천안함 사건은 분단의 냉혹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우리에게 한반도 안보의 현 주소를 일깨워 줬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는 남북관계 발전의 기초”라며 “올바른 남북관계는 확고한 안보태세 확립 속에서 가능하다”고 말했다.
엄 차관은 “이명박 정부는 납북자, 국군포로 문제를 대북정책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추진해 왔으며, 정부는 국가의 기본책무와 남북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 구현과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고 밝혔다. <李圭燮 본보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