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양대 선거를 앞두고 복지논쟁 과열로 여․야 간 무상복지 공약경쟁이 중요한 대선쟁점으로 떠오르면 상당히 우려스러운 사태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따라서 진보든 보수든 포퓰리스트들이 미디어를 통해 감성 자극적인 언어로 적과 아군을 가르는 식의 이분법적으로 사회구성원의 이기심을 자극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됐다. 포퓰리즘에 편승, 언론자유를 벗어난 사이비 언론행위에 대해선 전직 언론인들의 최대단체인 대한언론인회를 비롯한 언론 관련 사회단체와 언론 학자 등 전문가들이 순수 민간차원에서 감시, 견제, 제재하는 적극적인 언론개혁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됐다.
대한언론인회는 3월 28일 오후 2시 서울중구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이성준)후원으로 ‘한국의 포퓰리즘’주제의 대한언론 300호 기념 특별 대토론회를 가졌다.
문명호 전 동아일보논설위원 사회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 앞서 홍원기 회장은 “요즘 우리 사회에는 포퓰리즘이 만연하고 있어 계층간 지역간 세대간 갈등과 분열이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으며 이를 보는 정치권과 언론 역시 보수와 진보로 엇갈려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이러한 현실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우리 국민들 사이에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아 포퓰리즘 정치와 언론보도 자세를 집중 진단하고 그 치유책을 찾아보기 위해 토론회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박선규 문화체육관광부차관은 축사를 통해 “대한언론인회 선배님들이 포퓰리즘을 주제로 하는 토론회를 갖게 된 것을 대단히 의미 있게 생각하며 대한민국의 산업화 과정과 민주화 과정에서 우리 언론이 그러했듯이 앞으로 우리가 맡게 될 세계화 선진화 과정에서도 언론이 필요한 역할을 감당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남시욱 교수는 제1주제 발표에서 “현 단계에서 주목할 사실은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어떤 양상으로 복지논쟁이 벌어질 것이냐” 라는 점이라며 복지논쟁 과열을 우려, 경계 했다. 그는 “포퓰리즘이란 원래 국민이 돈을 덜 내고 더 받게 하는 정책”이라며 “결국 그것은 국가부채가 되고 현 세대가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 안기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여야는 성장과 복지가 조화되는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복지정책을 찾는 노력을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2주제 발표에서 심재철 교수는 “우리 언론은 인내하기 어려운 논리를 전개하며 종종 사회현실을 오도 하는 경우가 있다”며 “정확한 보도는 사실보도의 핵심사항임에도 불구, 광우병 피해에 관한 TV보도를 하면서 ‘다우니’ 소에 대한 화면을 삽입하는 것은 시청자에게 의도적으로 환상적 상관관계의 오류를 범하도록 부추겼다는 의혹을 주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언론은 사회이슈로 떠오르는 사안에 대한 갈등해결책도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토론에 나선 최희조 교수는 “일각에서 내세우는 ‘이명박 정부의 언론탄압 독재정부’ 주장을 도저히 납득할수 없고 받아들일 수 없다”며 “오히려 언론자유를 남용하며 자유대한민국을 오도하는 일체의 언론행태를 바로 잡기위한 순수 민간차원의 적극적인 언론개혁을 전개할 것”을 제안했다. 이날 토론에는 성병욱 전 중앙일보 논설주필, 신대근 전 대구MBC사장, 최홍재 공정언론시민연대정책위원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이날 토론회는 결론적으로 포퓰리즘 행태를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정책실명제를 활성화 하여 입안, 결정, 집행과정에 참여한 당사자들의 의견 및 행위를 기록 관리함으로써 투명성을 확인하고 잘못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묻도록 해야한다는 의견이 개진됐다.
또한 정치인들의 포퓰리즘 유혹을 뿌리치도록 국민의식이 깨어나야 하고 시민 사회단체의 정치권에 대한 감시 활동이 매우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 무엇보다도 일반 시민의 참여와 협조가 절실하게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결국 정치인들의 포퓰리즘적 행태, 또 공약 남발이 문제이지만 우리 언론이 제대로 정도를 지켜 그 해독을 경계하고 없애는데 보다 더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언론계 원로들의 단체인 대한언론인회가 포퓰리즘적인 행태 또는 문화를 깨는데 큰 역할을 할수 있을 것이라는데 공감하였다.
<토론회 요지 별항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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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와 포퓰리즘
남시욱(언론인․세종대 석좌교수)
한국의 포퓰리즘
1) 이승만과 박정희의 엘리트주의적 정책
정치인들이 개인적 인기를 위해 대중영합적인 정책을 쓴 예는 한국 정치사에서 상당히 많다. 대통령선거 때 어김없이 등장해 허풍선 공약을 하는 일부 군소정당 후보의 경우와 국회의원 선거에서 후보들이 지역차원에서 황당한 공약을 내거는 것은 논외로 하더라도 주류 정치인과 중요정당의 인기영합적 무책임한 포퓰리즘은 그 해독이 크다.
한국의 포퓰리즘을 논할 때 정치인들이 국민들의 인기를 의식해야 하는 민주주의의 속성상 포퓰리스트와 포퓰리즘의 아이디어를 빌리는 정치 행태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 어떤 통치자가 올바른 정책으로 인기를 얻는 것은 정치가로서 당연한 것이며 비록 그가 국민들의 인기를 노리거나 의식했다 하더라도 그 정책이 국가 전체의 이익, 특히 국가장래를 위해 타당하고 합리성과 효율성을 가질 때는 해당이 되지 않는다. 문제는 어떤 정책이 정치가 개인이나 소속 집단의 정치적 인기를 노린 사탕발림의 선심성 공약인가 여부에 있다. 포퓰리즘에 흐르는 정치는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고 재정팽창적이며 또한 부유층에 세금을 중과해서 저소득층에 분배하는 재분배적인 정책을 쓸 수밖에 없다. 그리고 중하위층의 인기를 배경으로 기존질서를 부자들을 위한 체제라고 공격하는 수법도 동원한다.
역사적으로 포퓰리즘은 혁명이나 이에 준하는 정치적 격변기에 잘 등장한다. 한국에서도 8ㆍ15직후 건국시기와 5ㆍ16혁명, 4ㆍ19, 그리고 5ㆍ18 신군부 쿠데타, 그리고 5ㆍ10 민주화과정 등 정치적 격변기에 여러 종류의 포퓰리스트가 등장할 소지가 있었다. 그러나 다행하게도 초기의 통치자들, 즉 이승만과 박정희는 포퓰리즘과 거리가 있는 지도자들이었다. 개인적 카리스마가 강했던 이승만과 박정희는 권위주의적 통치로 비판 대상이 되기는 했지만 이들 두 지도자들은 상대적으로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당장의 인기에 좌우되지 않는 지도자들이었다. 이들은 때로는 국민들의 인내와 고통을 요구한 소신의 정치가 였다.
이승만과 박정희는 각각 건국운동과 근대화 혁명에 앞장선 지도자들이었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포퓰리스트와 반대되는, 자신의 국가적 비전과 경륜과 합리주의에 확신을 가진 엘리트주의자들이었다. 이들은 민중의 인기에 영합하기 보다는 이에 거슬리면서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일을 밀어붙인 엘리트주의자였다. 이승만이 빈곤한 재정상태에도 불구하고 의무교육을 강행 도입하고 연구용 원자로를 도입해서 원자력개발의 테이프를 끊고 미국의 의사에 반하면서 반공포로를 석방한 것이 그 예이다. 박정희의 경우는 단기 연호를 폐지하고 서기 연호를 도입하면서 일반국민들의 관습과 정서를 잘 알면서도 과감하게 이중과세를 금한 조치들은 그의 합리주의적 사고방식의 결과이자 포퓰리즘과 반대되는 통치스타일이었다.
2) 후기 정부의 인기영합정책
박정희에 이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군권과 정권을 장악한 신군부 정권은 집권과정의 정통성 결여로 사후에나마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이중과세를 사실상 부활한 인기영합정책을 서슴지 않았다. 전두환은 박정희의 강력한 드라이브로 당시까지 양력과세가 어느 정도 정착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귀성객의 불편을 이유로 구정을 ‘민속의 날’로 정했다. 고령인구 급증으로 언젠가는 재조정할 수밖에 없는 65세 이상 노인들의 지하철 무료승차제도 역시 전두환정권 때 도입되었다. 전두환 정부의 또 다른 선심정책은 농가부채 탕감의 전주곡인 대출금의 이자 경감조치였다. 전두환을 이은 노태우정부는 구정을 ‘설날’이라고 격상시킴으로써 완전히 이중과세를 제도화했다.
김영삼 대통령 당시의 대표적인 포퓰리즘은 원화가치방어를 위한 저환율정책의 유지를 들 수 있다. 당시 김영삼정부는 수출신장에 도움이 안 되는 것을 잘 알면서도 원화가치를 높여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유지함으로써 정치적 반사이익을 얻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하면서까지 낮은 환율을 유지했다. 당시 정부의 엉성한 경제정책은 결과적으로 국가부도 직전의 위기에 내몰리고 말았다. 김대중 정부 때의 인기영합정책의 예는 카드 남발이었다. 김대중은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지만 얼마 후 경제가 침체하자, 인위적으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신용카드를 남발케 하는 정책을 폈다. 이로 인해 신용불량자 400만, 가계부채 300조원이 발생했다.
3) 노무현정부의 포퓰리즘
노무현 대통령의 재벌해체와 재벌총수와 그 일족의 주식을 국가가 사들여 노동자에게 배부하자는 발언은 전형적인 포퓰리즘의 예이다. 당시 일부에서는 노무현의 이 같은 태도를 ‘포퓰리즘과 사회주의의 합작품’이라고 비판했다. 2002년 대선 때 행정수도를 충청지역에 건설하자는 그의 공약은 본인도 “좀 재미를 보았다”고 말할 정도로 처음부터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의 전형이다. 알려진 바로는 당초 노무현은 선거운동본부에서 충청권 득표전략으로 행정수도 공약을 건의하자 “누구를 미친 사람으로 만들 작정이냐”고 펄쩍 뛰었다 한다. 노무현 정부 때의 작전통제권 환수문제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이 주권국가인 이상 작전통제권은 언젠가 환원되는 것이 당연하지만 안보위기가 해소되지 않은 한반도정세와 우리의 방위능력을 감안해서 신중하게 추진해야 할 극히 미묘한 문제인데도 노무현은 자주국방의 준비도 없이 이를 서둘러 단행하고 말았다. 자주국방과 민족주의라는 대중적 감정과 정서가 정책의 합리성을 압도한 것이다. 이 같은 정치행태는 전형적인 포퓰리즘의 정치라 해야 할 것이다.
‘서민’과 ‘분배’를 지나치게 강조한 노무현은 지나친 분배우선정책과 노조비호, 그리고 재벌규제로 경제정책에 실패, 결과적으로 연평균 4.42%라는, 성장잠재력에도 못 미치는 역대 정부 가운데 가장 성적이 나쁜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그의 집권기간 동안 세계10위 였던 한국경제는 해마다 인도 브라질 러시아에 연속 추월당해 13위로 떨어졌다. 국가부채는 김대중 정권 말기 150조 원이던 것이 노무현 정권 5년 사이에 150조 원이 더 늘어나 300조 원에 달했다.
노무현의 포퓰리즘은 복지와 교육정책, 그리고 대북정책 수행방식에 잘 나타나있다. 그는 전임 김대중정권의 복지정책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충분치 못했다”고 비판하고 복지관련예산을 연평균 20.1% 증액했다. 우리가 유의해 할 것은, 복지예산 증액 자체는 결코 잘못이 아니라는 점이다. 문제는 다른 부문과의 균형문제이다. 그가 국방예산은 소홀이 하면서 복지를 늘리는, 인기 위주의 정책을 쓴 것이 문제인 것이다. 그는 작통권을 넘겨 받으려면서 국방예산 증가율은 연 7.9%에서 3.8%로 떨어뜨리는 모순을 드러냈으며 현역병 복무기간은 육군의 경우 현행 24개월에서 2014년 까지 18개월로 6개월을 단축하도록 결정을 내렸다.
그의 교육정책은 김대중 정권 때의 교육의 수월성과 평등성의 조화노력을 팽개치고 오로지 평등주의 교육에 중점을 두는 한편 전교조를 열심히 비호했다. 그가 서울대 출신들이 끼리끼리 논다는 이유로 서울대를 폐지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도 이에 속한다. 대북관계에 관해 “남북대화 하나만 성공시키면 나머지 (국정분야에서는)는 깽판 쳐도 괜찮다”고 말한 노무현은 김대중정부의 2배에 달하는 막대한 돈을 북한에 지원했지만 결과는 북측으로부터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로 인해 실패하고 말았다.
4. 이명박 정부와 포퓰리즘 논쟁
우선 지적해야 할 것은 정책과는 직접 관계가 없지만 인기를 의식해 소신 있는 행동을 자제하는 이 대통령의 정치스타일을 들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정부의 친서민정책도 전임정권에 못지않은 대중의 인기를 의식한 정책이다. 이 대통령은 당초 분배 중시 정책을 쓴 김대중 노무현 정부와 달리 작은 정부와 시장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해서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세금인하, 규제완화 등의 정책을 내세웠으나 차츰 포퓰리즘에 흐르는 친서민정책으로 방향을 돌렸다. 사회적 일자리 창출 등 친서민 정책이 여기에 속한다. 결국 서민, 농민 노인 부동산 교육 고용 정책에 전임 좌파정권과 별 차이가 없는 정책을 쓰기 시작했다. 무상급식,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등록금 상한제, 대기업의 대형마트 규제 등 그동안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에서 주장해 왔던 포퓰리즘 정책들을 친서민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차용해서 사용하고 있었다. 당초 공약했던 조세감면계획을 부자감세라는 야당공세에 밀려 후퇴하고 국민연금과 현저한 차이가 있는 공무원연금 개혁 등 우파적 개혁을 하는 데는 소극적이다. 현정부 3년 동안 국가부채는 1백조가 늘어나 4백조에 육박함으로써 그 규모가 국내총생산(GDP)대비 34%에 달했다.
5. 결론
현 단계에서 우리가 주목할 사실은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어떤 양상으로 복지논쟁이 벌어질 것이냐는 점이다. 만약 복지논쟁이 과열되어 여야 간에 무상복지 공약경쟁이 중요한 대선쟁점이 된다면 상당히 우려스러운 사태가 될 가능성이 있다. 포퓰리즘이란 원래 국민들이 돈을 덜 내고 더 받게 하는 정책이다. 결국 그것이 국가부채가 되고 현세대가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안기는 결과를 가져온다. 태국의 탁신 전 총리가 국가부도 위험을 외면하고 폈던 포퓰리즘 정책의 맛을 태국 국민들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탁신은 농가부채를 3년간 유예하고 모든 국민이 30바트(1050원)만 내면 기본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했는가 하면 도시와 농촌 간 소득격차 감소를 위한다면서 농촌 마을마다 100만바트(3천5백만원)씩 나누어주었다. 정치인들의 무책임에서 비롯된 지나친 복지정책으로 경제가 비틀거리는 일본의 지식인들은 한국은 절대로 일본의 전철을 밟지 말라고 충고하고 있다.
우리가 복지논쟁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한국의 사회복지예산(2010년 기준)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8.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꼴찌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은 분단국가로 북과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물론 복지에 대한 요구를 무조건 포퓰리즘으로 몰아붙이는 태도는 지양되어야 하지만 여야간 인기를 노린 복지공약 경쟁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여야는 성장과 복지가 조화되는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복지정책을 찾는 노력을 다 같이 벌이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끝>
우리 사회의 포퓰리즘과 언론 //
심재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한국의 포퓰리즘과 언론보도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에 대한 탐사보도는 1987년 6.10 국민대항쟁의 결정적 촉매 역할을 한다. 이어 한국 최초의 평화적 정권교체의 기반이 되는 6․29 선언으로 이어진다 (심재철·이경숙, 1999).
그 이후 반체제 인사와 운동권을 포함한 재야 시민세력이 정당정치 전면에 나서게 된다. 더불어 특정 신문을 타깃으로 하는 안티 신문 운동이 벌어진다. 이들은 동아, 조선, 중앙일보와 같은 권위적 엘리트 신문이 지속적으로 사회의제를 설정하며 국민여론에 대한 영향력을 막강하게 발휘해 우리 사회의 진정한 민주화와 혁신적 개혁이 성공할 수 없다고 가정한다. 따라서 이들 엘리트 신문의 “보수적 논리를 깨 부숴야 마땅”하며, 이들 신문의 절대적 영향력을 삭감시킬 수 있는 매체 비평 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논리를 편다.
국내에서 이러한 미디어 비판 운동의 원조 격은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인 강준만을 꼽을 수 있다. 그는 미국 위스콘신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해 <김대중 죽이기>란 저서를 출판한다. 이 책은 1994년에 출판된 후 30만부가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한국 현대사에 빼 놓을 수 없는 정치가인 김대중에 대한 편견적 이미지가 보수 신문에 의해 어떻게 형성되는가에 대한 도발적인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강준만 교수의 문제제기방식에 대해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이 책은 한국 언론사의 비논리적인 스토리텔링 방식과 겉과 속이 다른 위선적인 뉴스 프레임과 패키지에 대한 국내 최초의 미디어 비평서라고 평가할 수 있다. 마치 뉴욕타임스를 매소(賣笑)저널리즘의 전형이라고 몰아 붙였던 업튼 싱클레어를 연상케 한다. 강준만은 국내 여론을 좌지우지 해 왔던 보수적 언론인에 대한 파일을 만들어 이들이 쓴 칼럼을 모아 두었다. 이들 보수적 칼럼니스트가 사안에 따라 서로 다르거나 반대되는 의견을 제시하면 이를 여지없이 폭로하는 방식으로 논박했다. 실제적으로 이러한 방식의 논리전개는 1인 저널리스트로 불리는 콘래드 스테인이 자주 이용했던 방식이다. 강준만의 <김대중 죽이기>란 책 제목도 버클리대학의 탐 골드스테인 학장의 미디어 비평서인 <메신저 죽이기(Killing the messenger: 100 years of media criticism)>에 나오는 ‘죽이기’란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강준만 이후 국내에 일인 저널리스트를 자처하는 여러 포퓰리스트가 등장한다. 보수편향 논객으로는 조갑제, 변희재, 손광주를 꼽을 수 있다. 진보편향 논객으로는 진중권, 손석춘, 홍세화가 있다. 이외에도 인터넷에서 여러 일인 저널리스트들이 감성자극적 언어로 선동적이며 선전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결론 및 제언
헌법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 나온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한민국 수립이후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우리는 이러한 정치체제를 제대로 추구하기 위해 여러 사회제도를 마련해 왔다. 그 중 하나가 언론의 자유에 대한 보장이다. 헌법 21조 1항에 보면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해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3장에는 “언론 출판은 타인의 명예와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윤리를 침해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해 법적제재를 가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권력의 주체는 국민”이기에, 사회계층의 주요부분을 차지하는 서민의 정서와 이익을 배려하는 포퓰리즘이 나쁘다고만 치부할 수 없다. 다만 진보든 보수든 포퓰리스트들이 미디어를 통해 감성자극적인 언어로 적과 아군을 가르는 식의 이분법으로 사회구성원의 이기심을 자극해서는 곤란하다.
하지만 우리 언론은 인내하기 어려운 논리를 전개하며 종종 사회현실을 오도하는 경우가 있다. 국내 선거에서 종종 북풍이나 황색바람이 부는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언론의 사명은 무엇보다 첫째도 정확, 둘째도 정확, 셋째도 정확한 보도에 있다. 정확한 보도만으로는 객관적인 보도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정확한 보도는 사실보도의 핵심 사항이다. 정확하지 않다면 언론이 추구하는 현실 점검(reality check)이나 주위환경에 대한 감시는 이미 물 건너간 형상이다. 그래서 언론은 “어머니가 자녀를 사랑한다”고 말할 때 왜 지금 여기에서 그런 말을 해야 하는지를 체크 아웃해야 한다.
언론은 돈의 흐름을 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시장 자본주의 체제에선 자본가의 돈이 정치가를 부패시킨다. 정치가는 다시 자본가가 자산과 부를 쉽게 축적할 수 있도록 사회제도나 법령을 유리하게 고친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 비리와 부조리가 발생한다. 따라서 언론은 자본가 - 정치가 - 사회부패의 연결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라도 돈의 흐름을 제대로 추적할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한국사회의 민주화에 중요한 촉매역할을 한 박종철군 사건 보도가 아직까지 미완으로 남아 있는 이유는 정부의 은폐 조작 과정에서 돈의 흐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를 아직까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은 베일에 가려진 정보원이 마크 펠더 FBI 국장으로 밝혀져 마침내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하지만 박종철군 사건보도는 아직까지 은폐조작의 최종책임자나 고문치사를 밝히는데 결정적 단서를 제공한 주요 정보원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언론은 인과관계를 밝히는 보도에서 환상적 상관관계(illusionary correlation)의 오류에서 벗어나야 한다. 환상적 상관관계란 전혀 다른 두 사건을 마치 인과관계에 의해 연결됐다는 식으로 보도하는 방식을 뜻한다. 지상파 TV 시사프로그램이 다우니 병에 걸린 소가 쓰러지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마치 광우병에 걸려 쓰러지는 소로 시청자가 오해할 수 있도록 방영했다. 다우니 병에 걸려 쓰러지는 소는 광우병에 걸려 쓰러지는 소와 전혀 상관관계가 없다. 그럼에도 광우병 피해에 관한 TV 보도를 하면서 다우니 소에 대한 화면을 삽입하는 것은 시청자에게 의도적으로 환상적인 상관관계의 오류를 범하도록 부추겼다는 의혹을 받을 소지가 있다.
이러한 보도는 한국의 민주화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박종철 사건보도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내과 전문의에 따르면 사람이 죽으면 폐에 물이 차 수포가 생기게 마련이라고 한다. 박종철군의 사인을 처음으로 검사한 의사 오연상은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기자가 경찰의 물고문을 연상하도록 폐에 수포가 생긴 사실을 강조했다고 한다. 즉 경찰의 물고문과 폐 수포와는 상관관계가 없으면서도 마치 환상적 상관관계가 존재하는 듯이 취재기자에게 흘렸다. 물론 언론은 이를 헤드라인으로 뽑아 독자나 시청자에게 물고문이 있었다는 사실을 암시하게 했다.
광우병 보도는 촛불시위와 관련해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효과를 나타냈다. 박종철군 사인의 하나로 꼽히는 폐 수포에 관한 보도는 경찰의 물고문에 의한 질식사 폭로로 이어졌다. 역사의 아이러니는 같은 보도방식이었지만 하나는 지탄의 대상이 됐고, 다른 하나는 한국의 민주화 과정에서 국민의 정의로운 분노를 자극하는 언론의 쾌거로 평가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사례 모두가 언론의 환상적인 상관관계의 오류보도에 해당한다.
이외에도 언론은 사회 이슈로 떠오르는 사안에 대한 갈등 해결책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언론의 주요기능은 주위환경을 감시하고, 사회 제 세력을 연결하며, 문화의 전승과 오락제공에 있다. 따라서 해결책 제시는 언론의 기능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뉴스가 진실에 가까운 사실이라고 가정할 때, 갈등이슈에 대한 핵심사항을 드러내 보이면 해결책도 자연스럽게 제시할 수 있다. 예를 들면 A와 B라는 집단이 오렌지 한 박스를 두고 치열하게 다툰다고 하자. A와 B 그룹은 이 오렌지 한 박스를 양분할 의사가 없으며, 한 개라도 상대방에게 주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가정해 보자. 단지 승자독식을 원하는 상황이다. 반분한다면 양 그룹은 서로 자기 이익에 반한다고 생각하기에 갈등은 다시 재현될 수 있다. 그래서 A와 B그룹이 왜 이 오렌지 박스를 원하는지를 심층취재 해 보았다. A그룹은 오렌지의 내용물이 필요했고, B그룹은 파이를 만들기 위해 오렌지의 껍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렇다면 갈등해결책은 쉽게 나온다. A그룹은 내용물을 취득하고 B그룹은 껍질을 가져가기 때문이다.
KBS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을 보니 배달된 화분의 꽃이나 난초가 얼마 살지 못하고 쉽게 죽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원인을 찾아보니, 화분의 절반을 흙 대신에 스티로폼으로 채웠다. 배달의 용이성 때문이란다. 이 고발 프로그램은 이러한 원인 제시에 끝나지 않고 문제의 해결책까지 제시했다. 일본에서는 스티로폼 대신에 가벼운 흙 대용품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문제 해결책을 제시해 고발 프로그램의 완전성이 더 높아졌다.
초․중학생 무상급식의 문제로 돌아가 보자. 미국에선 모든 학생이 ‘밀 티켓(meal ticket)’을 산다고 한다. 소득 수준이 낮은 중하층 자녀에겐 이러한 밀 티겟을 무료 혹은 할인해서 제공한다. 학생들은 가정환경이나 신분의 차이가 없이 이 밀티겟을 가지고 자신이 원하는 음식을 사 먹는다. 이러한 해결책을 국내의 무상급식 이슈에 적용해 보자. 일단은 초·중학생 점심비용으로 서울시 교육청이 가능한 재원을 마련한다. 그리고 이 예산의 범위 내에서 무상으로 밀 티켓을 제공할 기준을 마련한다. 그러면 갈등은 쉽게 풀릴 수 있다. 소실대탐을 피하고 윈윈게임을 할 수 있다. 민주당은 재원마련의 어려움에 따른 정책 실패를 극복할 수 있고, 한나라당은 서민을 한 차원 높게 배려한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더불어 서울시 교육청은 재정적자를 면할 수 있고, 무상 급식을 받는 어린이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 미국의 바우처(voucher) 제도도 양질의 교육을 받을 기회에 대한 계층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책으로 제시됐다.
언론사는 진보냐 보수냐에 상관없이 제한된 취재인력과 데드라인이라는 시간적 압박 속에서 게이트키핑과 뉴스생산 작업을 하게 된다. 따라서 보도한 이슈와 관련된 현실 점검을 완벽하게 해 낼 수 없으며, 돈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고, 사회적 갈등사안에 대한 원인 귀인과 해결책 제시에서 환상적 상관관계와 같은 오류에 빠지기 쉽다.
그렇다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며 공중도덕과 사회규범을 침해할 수 있는 언론보도의 자유를 어디까지 보장할 수 있을까. 인간의 의사표현은 천부의 권리이며, 언론의 자유는 인간의 기본권에 해당한다. 하지만 극장 안에서 사실을 왜곡해 의도적으로 “불이야” 하고 소리를 칠 자유는 어느 사회에서도 보장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스몰라(Smolla, 1993)에 따르면 ▲진실을 무자비하게 무시하며(reckless disregard of the truth) ▲실제적인 악의(actual malice)와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clear and present danger)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선진사회에서 언론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하는게 맞다.
특별히 공인에 대한 명예훼손은 열린사회를 지향하며 공공이익을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신중하게 다루어야 한다. 미국에선 성조기를 태우는 행위까지 표현의 자유란 기본권에 의해 보장받는다. 데이빗 할버스탬 기자는 월남전에서 존슨대통령으로부터 베트콩의 전략과 용병술을 찬양한다는 이유로 ‘매국노’라고 불렸다. 뉴욕타임스는 미대통령이 요청한 할버스탬 기자의 본국 소환을 정중히 거절했다. 이러한 미국에서도 사회적 약자나 소수세력에 대한 증오적 표현(hate speech)은 언론자유와 관련해 헌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 물론 이 경우에도 진실에 대한 무자비한 무시와 명백하고 현존하는 선전 선동의 위험에 대한 거증책임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려는 측에서 제시해야 한다.
대한언론 300호 기념 축하연
역대 편집책인자에 공로상
토론회 종료 후엔 프레스센터 19층 매화 홀에서 대한언론 300호 기념 축하연도 열렸다. 홍원기 회장은 이 자리에서 역대 대한언론(구 대한언론인회보) 편집책임자와 광고담당자에게 공로상(부상 고급 커피포트)을 수여하고 그간의 공로를 치하했다. 수상자는 다음과 같다(가나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