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폭침에 대한 대북조치가 흐지 브지 될 공산이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북 심리전과 한미 연합훈련이 연기되는 등 대북 대응 조치가 곳곳에서 이상기류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 서해에서 실시될 예정이었던 한미 연합 대규모 기동훈련은 이번달 중순 이후로, 대잠수함 훈련은 다음 달 초로 각각 연기됐다. 이에 대해 군 당국은 "연기가 아니라 훈련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일정이 조정된 것"이라고 밝혔지만 언제 훈련이 있을지 불투명하다. 이는 대북제재 결의안이 유엔 안보리에 회부된 상황에서 중국과 인접한 서해에서 대규모 합동훈련을 강행할 경우 안보리 제재의 카드를 쥐고 있는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미 합동 군사훈련에 이어 지난달 24일 대북 후속조치 발표 당시 군당국이 곧바로 실행에 옮기겠다던 대북 심리전도 사실상 연기되고 있다. 군 당국은 후속조치를 발표하면서 2주 안에 확성기 설치작업을 마친 뒤 이를 통한 대북 심리전을 실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었다. 실제로 군 당국은 9일까지 군사분계선(MDL) 일대 11곳에 확성기 설치작업을 완료한 것으로 전해졌다.
확성기 방송 재개여부와 시기도 주변정세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는게 현재까지 정부와 군 당국의 방침인모양이다. 기상상황이 호전되는대로 전단살포도 실행에 옮기겠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아직까지 계획에만 머무르고 있어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癙一匹--태산이 크게 들썩거리고 울었으나 나온것은 쥐 한마리뿐)격이다.
중국의 반발때문에 한.미연합훈련까지 연기하다니
이같은 일련의 대북조치 실행 연기는 중국의 반발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양국 정부가 안보리에서 단호한 대북결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조치들을 연기 또는 보류했다는 것이다. 지난 5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아시아안보회의에서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즉각 실시하기로 한 한.미 합동 기동훈련을 이번 달 말로 연기하기로 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는 분석이다. 김태영 국방장관과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싱가포르에서 예정된 합동기자회견을 취소한 것도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되고 있다.
천안함 후속조치에 대한 중국의 반발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안보리 의장국인 중국이 북한을 지지하는 입장을 갑자기 바꾸지 않는 한 현재로서는 안보리에서 대북제재 결의안보다는 이보다 한 단계 낮은 의장성명 채택으로 마무리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중국이 대북제재를 끝까지 반대할 경우 의장성명 채택마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중국의 반발이 계속될 경우 대북제재 결의안보다는 '우려' 표명과 '안정'을 강조하는 수준의 의장성명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도 당초의 대북제재 결의안을 포기하고 의장성명으로 목표를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안함 대북조치는 이렇듯 험난한 길을 걷고 있는 형국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천안함 사태에 따른 후속조치와 관련해 “북한이 두려워 할수 있는 실질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북한에 대해 단호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당초의 의지는 다 어디로 갔는지, 많은 국민들은 크게 실망하는 분위기다.
천안함침몰이 북한소행인데도 응징못하면 제2, 제3의 무력도발 위험 커
천안함 침몰이 북한 소행임이 명백해 졌는데도 북한을 응징하지 못한다면 국민들은 누구를 믿고 국가 안보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반드시 무력보복이 아니더라도 대북제재조치까지 흐지브지 된다면 북한의 기만 살려주는 꼴이 아니고 무엇인가. 우리는 그동안 북한이 저지른 도발 만행에 대해 한번도 사과나 재발방지 약속을 받지 못했다. 6. 25 불법남침에서부터 1. 21 청와대 기습, 아옹산 테러 , KAL기 폭파, 그 어느 경우도 북한은 시인 사과는 커녕 모두가 남한의 '조작극'이라며 발뺌하기 일 수였다. 이번 천안함 사태도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며 유엔안보리에 서신을 보냈다고 한다.
우리 쪽에선 민군 합동조사단이 유엔 안보리 전체 이사국들을 상대로 천안함 조사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출국하는 등 막바지 외교적 노력에 힘을 쏟고 있어 천안함 사태는 남북한이 치열한 외교전으로 비화 되고 있다. 안보리 회원국을 상대로 한 우리의 외교적 설득 노력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 중국과 러시아의 이해를 구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증거가 들어났는데도 북한눈치를 보아야하는 중국, 러시아등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는 말뿐이었는지 묻고 싶다. 외교력의 한계를 모르는바 아니지만 이런 때일수록 탁월한 외교적 수완을 기대할수 없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천안함 관련 대북제재 조치가 흐지 브지 돼선 절대로 안된다. 두 동강 난 천안함을 보면서 구멍 뚫린 안보태세를 걱정하는 국민들을 이중 삼중으로 실망시키는 일은 더 이상 없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