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큰 실망과 충격준 해군의 허위보고 행태 천안함 폭침사건 둘러싼 허위왜곡 보고체계의 문제들
지용우 뉴스앤피플 논설주간/전 경향신문 논설실장 기사입력 2010/6/11 23:45
차라리 귀를 막고 눈도 감고 싶은 심정이다. 천안함 사태에서 보여준 군 당국(특히 해군)의 대응은 총체적 부실과 과 함께 군대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허위보고 투성이 였음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군의 군기가 엉망인 것은 물론이고 허위왜곡보고가 이 정도인가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는다.
감사원이 밝힌 내용 중에서 굵직한 것만 추려보면 첫째, 해군은 천안함 사태가 발생하기 수일 전에 이미 북한 잠수정의 특이동향을 파악하고 있었다. 북한이 기존 침투방식과는 달리 잠수함(또는 반잠수정)을 이용해 서북해역에서 우리 함정을 공격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까지 내렸었다고 한다. 하지만 대비책은 그 런 판단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해군 2함대 사령부가 대청해전 이후 백령도 근해에 잠수함공격에 취약한 천안함을 투입하는 미스를 범한 것이 그것이다. 천안함은 대잠(對潛)능력이 약한 초계함이었기 때문이다. 천안함의 이 해역배치는 반어법으로 말하면 적의 잠수함공격을 자초한 결과가 된 꼴이다.
두 번째 실책은 분초를 다투던 그 잘박한 순간에 보고체계가 엉망이었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천안함이 어뢰공격을 받은 것은 3월 26일 밤 9시 22분이었다. 그런데 감사원 감사 결과 합참에 보고한 것은 무려 23분이나 지난 9시 45분이었으며, 합참의장에게는 49분 뒤였고, 국방장관에게는 52분이나 걸려서 늑장 보고되었다.
이 정도의 긴 시간이면 웬만한 전투는 이미 끝장이 났을 시간이어서 도저히 군대의 보고체계라 할 수가 없다. 셋째는 그 날 밤 11시경 현장해역에 있던 속초함이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를 보고 격파사격을 한 뒤에 “북한의 신형 잠수정으로 판단된다”고 보고했는데도 정작 제2함대는 합참 등에 보고할 때는 ‘새떼’로 보고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이 부분이 사실이라마면 실책을 넘어 중대 범죄행위에 해당되기 때문에 끝까지 문제 삼아야 한다.
작전 총지휘책 이상의 합참의장, 절박한 순간 폭탄주에 만취되다니
넷째의 경우도 결코 가볍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천안함이 폭침되던 날 저녁 계룡대 회식만찬 자리에서 이상의 합참의장은 양주 섞인 폭탄주를 여러 잔 마신 상태에서 보고를 받았고 상황평가회의에 10여분 참석했다가 이후에는 지휘통제실을 이탈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서해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던 순간에 작전의 총지휘책인 합참의장은 만찬장에서 양주를 즐기고 있었다면 결코 좋게 해석할 수가 없는 직무유기행위가 아닐수 없다.
국민은 이쳐럼 완전히 기가 빠진 정신상태의 군대를 믿고 단 잠을 잘 수가 없다. 천안함 폭침사건은 남의 해역으로 은밀히 침투해서 야만적인 공격을 가한 북한이라는 범죄집단을 증오하기에 앞서 허술하기 짝이없는 대비테세와 즉각 대응능력 부족에다 일사불란하지 못한 허위왜곡 보고체계와 군기강해이 등 복합적인 요인들을 먼저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 군은 이로 인해 멍청이 앉아서 당한 우리 군의 취약한 현주소를 냉엄하게 개혁, 재정비하는 일대 전환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가장 시급한 일은 육 해 공등 전군의 위기대처능력을 최고수준으로 강화하는 것이다. 특히 해군의 경우는 지금의 대양해군 지향과 함께 연안해군력 증강에도 최선을 다해야 할것이다. 그 중에서도 북한이 최소한의 전비로 최대한의 전과를 노리는 대 잠수함 전략과 비대칭전술에 보다 많은 예산을 쓸 필요가 있다는 점이 강조된다.
천안함폭침사건을 전방위 위기관리시스템 재구축기회 삼아야
군은 이번 사건을 거울삼아 전방위적인 위기관리시스템을 재점검하고 한 치의 빈틈도,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정예강군으로 환골탈태, 재탄생하는 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천안함 사태로 실망한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추락을 하루속히 만회하는 일이 중요하다. 강군의 조건은 훌륭한 최첨단무기로 무장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어떤 돌발사태에도 절대로 동요함이 없이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국방임무와 임전태세에 충실한 강인한 정신무장의 군대인 것이다.
국군에 대한 국민의 믿음에 균열이 벌어진 것은 방심하고 있다가 천안함이 폭침되고 46명의 젊은 장병이 허무하게 희생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에 전국민들은 깊은 충격에 빠졌다. 하지만 이보다 더 허무한 일은 격침사태 직후에 해군이 보인 문란하고도 무절제한 보고체계와 거짓보고, 보고누락, 짜깁기식 보고와 같은 군대답지 않은 일련의 속임수 행위에 실망한 때문이다. 군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국민앞에 밝히기보다도 군사기밀과 안보사항의 그늘에 숨어서 미구에 들통이 날 허위보고와 축소보고도 서슴지 않은 '대담성'이 가증스러울 뿐이다.
군은 우리는 결코 종전이 아닌 휴전상태의 지속상태에서 국지전 내지 전면전은 언제 어느 순간에도 벌어질 수 있다는 각오 아래서 불행한 천안함 사태의 재발을 막고 강군으로 재탄생하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도록 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