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적십자회가 10일 대한적십자사측에 추석을 맞아 이산가족 상봉을 갖자고 제의 한데 대해 정부는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불감청 고소원’(不敢請固所願)이라했던가 혈육상봉을 목마르게 기다려온 이산가족들에겐 한 가닥 낭보가 아닐 수 없다. 북한 조선적십자회 장재언 위원장은 유종하 한적 총재 앞으로 보낸 통지문에서 "지난시기 쌍방은 추석을 계기로 북과 남의 흩어진 가족, 친척들의 상봉을 진행해 이산가족의 아픔을 덜어주고 혈육의 정을 두터이 한 좋은 전례를 가지고 있다"며 "올해에도 이날에 즈음해 흩어진 가족, 친척의 상봉을 금강산에서 진행하자"고 밝혔다.
남북 양측은 2009년에도 추석을 맞아 9월 26일부터 10월 1일까지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가졌었다. 올해 추석이 11일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추석 전후 이산가족 상봉을 성사시키려면 빨리 서둘러야 할 것이다. 북한 측은 특히 "이번 흩어진 가족, 친척들의 금강산 상봉을 계기로 북남 사이의 인도주의 협력 사업이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며 빠른 시일 내에 북남적십자관계자들의 실무접촉을 가질 것을 제의하기도 했다. 북측의 이번 조치는 남측의 수해지원에 앞서 이산가족 상봉을 통해 남북관계 분위기를 호전시키려는 것으로 일단 풀이 되고 있다. 그동안 이산가족 상봉은 보통 남측이 요구하고 북측이 수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북한의 이번 제안은 상당히 `유화적인 제스처'로 받아들여진다. 그 이면에는 우리측에 요청한 쌀, 시멘트, 중장비 등의 수해 복구 및 구호물자를 최대한 많이 받아내려는 의도가 우선 깔려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북한 적십자회의 장재언 위원장이 통지문에서 "금강산 상봉을 계기로 북남 사이의 인도주의 협력 사업이 활성화되기를 바란다."고 언급한 것에서도 그 같은 `목적성'이 드러나 있다. 따라서 상봉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실무접촉이 열리면 북측이 쌀과 중장비 외에 추가적인 대규모 식량지원 등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 제안에는 또 천안함 격침사건으로 고조된 남한 사회의 대북 적대감을 누그러뜨려 보려는 속셈도 들어있는 듯하다. 또 하나 눈여겨볼 대목은 이산가족 상봉 장소로 `금강산'을 지목했다는 점이다. 2008년 7월 박왕자씨 피격사망 사건 이후 중단된 금강산 관광 재개의 실마리를 어떻게든 이번 기회에 찾아보려는 의도로 추측된다. 그런가 하면 남북관계뿐 아니라 국제관계에서도 대화 채널을 복원하려는 속내가 드러나 보인다. 김정일 위원장이 지난번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 정상회담에서 "조속한 시일 내 6자회담 재개를 희망한다"고 말한 것과 맥을 같이 하는 일종의 `사전 정지작업'으로 이산가족 상봉 제안이 나왔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어쨌든 이산가족들이 혈육을 만날수 있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이산가족 상봉 확대와 정례화는 고향과 부모, 형제를 잃은 실향민과 이산가족의 입장에서 시간을 지체할수 없는 매우 절박한 문제에 속한다. 대부분 70-80대를 넘긴 이산가족들이 살아생전에 혈육을 만나려면 촌각도 지체할 수 없는 만남이 바로 이산가족 상봉이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그동안 남측 방문단 약 100명이 북측 가족과, 북측 방문단 약 100명이 남측 가족들과 2박 3일씩 만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아직도 남측 상봉 신청자만 약 8만7천500명인 가운데 대부분이 고령자인 이들 가운데 매년 4천-5천명이 사망하는 점을 감안하면 남북 100명씩 이산가족들을 만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남북관계가 좋아질 때만 한 번에 남북 100명씩 이뤄지는 상봉행사는 이산의 한을 달래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다.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도 준공돼 이곳에서 한차례 만났지만 이 장소를 적극 활용한다면 연중무휴로 이루어 지지 못할 이유도 없다고 본다.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일회성 이벤트로 전락하지 않도록 남북 양측이 지혜를 모아 주기 바란다. 한편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도 광의의 이산가족 상봉으로 풀릴 수 있어야 한다. 이산가족 상봉을 마치 무슨 시혜나 베푸는양 정략적으로 들고 나오는 속셈이 못 마땅하긴 하지만 대국적으로 생각해 수용함으로써 이산의 아픔을 다소나마 덜어 줄수 있다면 다행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