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인물사화’ 일곱 번째 책이 지난 해 12월에 출간되었다. 1992년 12월에 첫 책이 나온 때로부터 18년이 흐르는 동안 대한언론인회는 선배 언론인들의 업적과 일화를 기록으로 남기는 사업을 꾸준히 진행하여 언론인 인물연구의 방대한 기본 자료를 축적하는 큰 업적을 쌓은 것이다.
‘인물사화’의 편찬작업은 이혜복 회장이 재임하던 1992년에 처음 시작되었다. 일곱 권째 책을 받아보면서 첫 권 편찬위원들의 모습이 먼저 떠올랐다. 이혜복(편찬위원장), 조용만, 김광섭, 최준, 홍돈섭, 김천수, 임석기 선생이다. 필자도 그 말석에 앉아 있었다. 조용만 선생 83세, 김광섭 선생 80세, 최준 교수님은 79세였다. 80 고령이셨지만 건강하셨다. 모두 존경하는 선배 언론인들이다. 여덟 명 편찬위원 가운데 이 회장님과, 제일 젊은 나이였던 필자만 남고 모두 저 세상으로 떠나셨다. 자신들이 편찬위원으로 참여했던 인물사화의 수록 대상이 된 것이다.
특히 조용만, 최 준 두 교수님은 내게 개인적으로도 많은 가르침과 사랑을 주셨던 분들이다. 김천수 선생은 1987년에 필자가 ‘한국신문 100년 인물사전’을 편찬할 때에 프레스 센터 13층 편집인협회 사무국장으로 재임하시면서 최초의 언론인물사전 편찬이라는 까다로운 작업에 불편이 없도록 보살피고 지원해 주셨던 인연이 있었다.
첫 인물사화 편찬회의 뒤 식사를 마치고 조용만, 최준 두 교수님을 따로 모시고 무교동 어느 지하 다방에 들러 언론 현안과 과거의 언론에 관한 말씀을 들었던 기억이 새롭다. ‘가시밭길을 헤쳐 온 선인들의 발자취’라는 부제를 붙인 474쪽 분량의 책머리에 이혜복 회장은 이렇게 썼다.
“한말의 언론 선각자들이나 일제 총검에 맞서 싸우던 항일구국의 언론투사들이나 8⋅15 이후 좌우 갈등 속에서 민족의 올바른 진로 제시에 용감했던 애국적 언론인들이나 건국 이후 민주사회 건설에 앞장섰던 자유언론의 기수들, 이 모든 언론인들이 헤쳐 온 길은 그 어느 나라 언론사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험난한 길이었습니다.”
선배 언론인들의 참모습을 기록하여 후배 언론인들의 연구와 언론활동에 보탬이 되게 하는 동시에 일반 국민에게도 널리 읽혀 언론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하려는 뜻도 담겨 있다고 이 회장은 설명했다. 격동의 현대사를 헤쳐 오는 동안 고달픈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항일 정신을 불태운 논객, 지사풍 언론인들도 많았다. 언론자유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헌신한 선배들도 잊을 수 없다. 시련의 세월을 거치는 동안 자랑스러운 발자취만 남길 수는 없었다.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여 변절하는 경우도 있었다. 인물사화는 다양한 삶을 살았던 언론인들의 모습을 다시 살려내는 집단 창작물 성격의 작업이라야 했다.
첫 해에 출간된 ‘8⋅15 전편’ 상-하 두 책의 집필에는 83명이 참여했다. 대규모 필진이 동원되어 편찬위원회가 선정한 133명의 인물론을 집필한 것이다. 수록 대상 언론인의 선정에 완벽을 기했다고 말 할 수는 없다. 누락된 인물도 있을 것이고, 수록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할 인물이 포함되기도 했을 것이다. 최선의 필진이었느냐는 비판도 있을 수 있다. 이번 일곱 번째 책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언론사 연구의 최고 권위자들이자 언론계에 종사하면서 많은 언론인들을 직접 접했던 분들이 인물 선정에 참여하셨으니 최선의 편찬작업이라 할 수 있었다.
1993년에 발간된 ‘8⋅15 후편’ 상-하 두 책에는 141명이 수록되었다. 대상인물 250여명을 놓고 편찬위원회와 이사회가 선정한 인물들이었다. 119명의 필진이 글을 썼다. 2년에 걸쳐 출간된 책 네 권에는 작고 언론인 274명이 수록되었다. 2001년에는 후속작업으로 5권과 6권을 발간하였다.
‘녹취 한국언론사’는 살아 있는 원로 언론인들의 경험을 담아내는 인물사화의 전단계 작업일 수 있다. 1994년 8월에 시작한 납북 언론인 생사확인 사업은 ‘돌아오지 못한 언론인들’이라는 책을 발행하는 사업으로 이어졌다. 납북 언론인 찾기 사업에도 필자는 참여하였다.
퇴직한 언론인 모임인 대한언론인회는 친목과 동시에 언론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사업을 병행하여 후진들에게 모범을 보이는 사례가 이같은 책의 편찬이라 할 수 있다. 언론의 역사에는 수많은 인물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현재 활동 중인 인물 가운데도 장차 언론사에 기록되어야할 사람은 많다. 현역에서 떠났지만 노후를 보람 있게 보내는 모습을 대한언론인회는 인물사화의 발간으로 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