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계획의 백지화로 이명박 대통령은 또다시 약속을 안 지킨 대통령으로 비쳐져 집권 후반기에 적지 않은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되었다.
반면에 그 틈새를 파고들어 대통령의 공약위반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신공항은 계획대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박근혜 대표는 신뢰성이 있는 정치인의 이미지를 심는 실익을 챙겼다.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말로 국민 앞에 사실상 사과했다.
2007년 공약 이젠 휴지쪽 돼버려
이 1막만 놓고 본다면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자충수인 것만은 분명하다. 지키지도 못할 공약을 왜 했느냐는 공박에 대해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2007년에 약속한 그의 신공항건설 청사진은 이제 휴지쪽이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대선 때의 공항건설 공약은 앞뒤도 재 보지 않고 단지 득표만을 의식한 공약(空約)이었나 하는 실망감을 안겨준다. 그런 것이 바로 선거철만 되면 유권자의 환심을 사는데 만 급급한 전형적인 ‘포퓰리즘’에 해당한다. 결국 4년 앞도 못 내다보지 못한 단견이었다는 비판을 받아도 마땅하다.
하지만 백지화가 이 대통령 혼자만의 생각으로 내린 결정이 아니라는 점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경제성이 없다는 전문가집단의 자문을 듣고 ‘고심끝에’내린 결정이라고 하니 정책방향을 수정한 것만을 비판만 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잘못된 공약인줄 알고도 단지 국민과의 약속과 대통령의 체면 때문에 어정쩡하게 밀어붙이다가 만성 적자의 공항이 되어 나라와 국민, 그리고 차기정부에게 골치 아픈 짐을 지워주는 것보다야 어느 의미에선 잘 한 '약속파기'라고 이해야할 것이다.
이 대통령은 말했다. “경제적 타당성이 결여될 경우 발생할 국가와 지역의 부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고, 미래 세대에 따를 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지도자로서 특정지역의 이해관계에 얽매이기 보다는 보다 큰 틀에서 국익을 고려한 판단이었음을 강조한 대목이다.
일국의 대통령은 ‘영남민심’ 등 어떤 특정지역의 발전에만 매달려 국가이익에 소흘해서는 안 된다. 언제나 보다 큰 가치인 ‘국가발전’이란 큰 틀에서 국정운영을 해야만 한다. 그런 뜻에서 “국민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한다”(설사 그것이 거대한 빙산과 충돌하는 타이타닉호의 운명이 되더라도)는 어느 차기 대권후보의 융통성 없는 고정관념보다야 몇 배 낫지 않겠는가 생각되는 것이다.그는 일이 예고되어도 납짝 엎드려 있다가 기차 지나간뒤 손들듯 '툭' 무책임하게 인기발언만을 하기 일쑤였다.
동남권 신공항이 아니더라도 지금 제구실을 못하고 만성적자에 허덕이는 지방공항의 수가 숱하게 많다. 인천공항을 제외한 김포, 김해, 제주, 대구, 청주, 양양, 무안, 군산, 울산, 원주, 여수, 포항, 사천 등 모두 14곳이나 헤아린다. 그런데 이중에 김포공항과 부산 김해공항, 그리고 제주공항을 제외하고 압도적 다수인 11개 공항이 심각한 만성 적자난에 허덕이고 있는 형편이다. 정치인들이 득표작전으로 수년간 마구 남발한 공항건설 공약바람에 피같은 혈세가 줄줄 새고 있다.
나라 망해도 대선공약 꼭 지켜야만 하는가?
감사원이 밝힌 각 공항의 적자내역을 보면... 양양공항 101억원,여수 79억원, 무안 71억, 울산61억, 포항 56억, 군산 22억 등 한 해 평균 500억원을 넘는다. 이 적자대열에 동남권 신공항까지 가담하라고? 박근혜 전 대표처럼 공적 약속지키고 지역이기주의 챙기는 것도 좋지만 나라를 거덜내는 무책임하고도 ‘무뇌’(無惱)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미래 권력이라고 일컬어지는 예비대선주자들의 공약지키라는 무책임한 인기발언은 삼가야 한다. 나라가 망해도 한번 한 대선공약은 꼭 지키야만 하는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그렇긴 해도 국민과의 약속을 깬 이명박 대통령의 도덕적 책임까지 묻지말자는 것은 아니다. 그건 그것대로 잔여임기가 가까워진 이명박 대통령의 감점요인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