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5월이 무색하다. 존비속 살해가 줄을 잇고 있는 현실을 보며 우리사회가 왜 이처럼 비정해 졌는지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존비속 살해의 유형도 가지가지다. 용돈을 주지 않는다며 아들이 아버지를 숨지게 한 날 부산에서는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흉기로 찔렀다. 지난 9일 서울 서초동에서는 어머니를 모시지 않는다며 올케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어린이날이었던 지난 5일 오산시 은계동에 사는 백수 아들(35)은 잔소리하는 아버지(69)를 흉기로 찔렀다. 지난달 27일 경기도 시흥시에서는 부부싸움을 하던 중 남편이 부인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족의 광주 남부 경찰서는 자신이 낳은 아이 3명 모두를 버린 20대 주부와 생후 4개월 된 자신의 아들을 살해한 비정한 엄마를 검거 했다. 한 울타리 안에서 가족의 손에 죽임을 당하는 비정한 사건이 이처럼 수도 없이 발생하고 있다.
경찰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존속살해 범죄는 65% 급증했다. 존속살인의 경우 2008년 44건, 2009년 58건, 2010년 66건으로 2년 사이에 50% 늘었다. 전체 살인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08년 4.0%, 2009년 4.2%, 지난해 5.3%로 증가 일로다. 미국(2%), 프랑스(2.8%), 영국(1%)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다.
지난해에는 존속살인이 5.5일에 한 번꼴로 발생했다. 과거에는 부모의 재산이나 보험금을 노린 경우가 많았으나 요즘은 너무 쉽게 가족을 해친다. 부모 자식 간의 사소한 갈등도 살인으로 이어진다. 영화에서 다루던 자극적인 소재, ‘패륜 범죄’가 스크린을 넘어 현실에서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일각에선 스크린을 모방한 범죄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범죄 예방을 위해 반면교사로 삼겠다는 것이 오히려 패륜범죄를 부르고 있는 아이러니 한 현실을 보며 매몰 될 대로 매몰된 윤리도덕, 가족관 혈연관의 붕괴 현상을 보게 된다.
부모로부터 받은 신체의 털끝 하나라도 훼손하는 것 자체가 불효라는 동방예의지국의 전통적인 윤리관은 어디에서고 찾아 볼 수 없다. 자기가 낳은 자식의 목숨을 잔인하게도 끊어버리는 엄마는 어머니의 탈을 쓴 들 짐승에 다름 아니다. 얼마 전 한 언론단체는 명화감상 시간에 ‘친정엄마’를 상영했다. 친정엄마의 극진한 자식사랑의 진수, 그 속에 짙게 깔린 애환은 보는 이로 하여금 눈물을 펑 펑 쏟게 하는 영화다. ‘엄마를 부탁해’ 가 국제적 베스트셀러가 됐다는 소식과 함께 ‘마마’ ‘역시 우리엄마’ 등 어머니를 주제로 한 영화가 상영을 앞두고 있다는 것은 우리시대 퇴색해가는 어머니상을 바로 세우려는 영화계의 몸부림만으로 그칠 일이 아니다.
비정한 존비속 학대, 살해 사건들이 5월 가정의 달을 무색케 하는 요즘 윤리도덕 재무장운동은 어디서 잠자고 있는지, 잘못된 교육관과 물질만능 황금만능주의에 치어 매몰된 인륜 도덕을 일으켜 세우기 위한 범국민 윤리 회복 운동에 정부는 물론 사회 각계의 적극적인 호응과 분발이 절실하게 요구 되는 때다. -정운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