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한복판인 파리, 런던에서 우리의 젊은 가수들에게 열광하는 외국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했다. 우리의 문화소프트가 이렇게까지 약진했구나! 그뿐인가.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 등 한국 상품을 수출하는 기업들도 대견하다.
세계에서 활약하는 바이올린, 피아노 연주자, 성악가 등 우리의 젊은 음악인들, 세계수준으로 도약한 운동선수들... 모두 자랑스러운 한국의 젊은 피다.
그러나 눈을 돌려 국내 정치판을 보면 답답하고 절망스러운 마음을 누를 길이 없다.
소위 ‘반값 등록금’을 둘러싸고 정치권이 소란스럽다. 정치인들이 과연 진정 대학생들과 국민들을 위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한 표를 의식해서 얄팍한 쇼를 하는 것인가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취업이 불투명 한데다 비싼 등록금에 허리가 휘는 대학생들을 생각할 때 정부와 대학과 기업, 국민들이 모두 머리를 짜내 ‘등록금 경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는 아니다. 유권자의 표 좀 얻겠다고 경박하게 젊은이들 앞에서 무슨 떨이상품 팔듯 ‘반값등록금’을 외쳐대서야 되겠는가.
중앙일보의 한 칼럼에서 지적했듯이 집권당의 원내대표가 그의 이름 그대로 ‘황당하리만치 우려스럽게’ 불쑥 ‘반값등록금사태’에 불을 지르고 뒷감당도 못하고 있다. 야당 간부들은 광우병 촛불시위 때처럼 이번에도 예외 없이 대학생들의 집회에 곁불을 쬐며 시위를 거들었다. 그뿐 아니고 민주당 대표는 대학생들 앞에서 “소득 수준 하위 50%부터 반값등록금을 적용하겠다”고 말했다가 야유를 받자 다음 날 모두에게 반값등록금을 적용하는 ‘몽땅 등록금’으로 말을 바꿨다.
민주당의 원내대표는 등록금 시위가 “6월 항쟁, 광우병 촛불광풍에 이어 제3의 항쟁으로 승화되고 있다”고 선동했다. 경제, 교육부총리를 지낸 그는 과거와 정반대의 말을 하면서 인기전술을 쓰고 있다.
시장 장돌뱅이의 흥정도 이렇게는 안한다. 세금 낼 국민들에게 물어나 보았는가. 대학 등록금 경감은 국가예산과 대학의 잉여금 액수, 기부금, 장학제도 확충 등을 고려해서 종합적으로 결정해야 할 문제다. 어느 한 개인이나 정당이 우격다짐으로 반값에 흥정하는 게 아니다. 결국 국민세금을 상당부분 쏟아 부어야 하는데 마치 제 호주머니에서 내주듯 한다.
또 다른 국민적 이슈로 초등학교에 대한 무상급식 문제가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면적 무상급식을 할지 저소득층부터 점진적으로 실시할지’에 대한 주민투표라는 건곤일척의 승부수를 던졌다. 너도 나도 포퓰리즘의 홍수에 휩쓸려 갈지 모른다는 우려 속에 정치생명을 건 투쟁을 시작했다. 한나라당의 일부 소장파 의원들조차 반대의사를 표명하며 ‘딴지를 거는’ 가운데 우군의 도움도 없는 외로운 싸움을 시작한 것이다. 달콤한 말은 듣기에 좋다. 무상급식이라는 달콤한 유혹에 반하는 그의 싸움은 불리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이번 투표에 시장직을 포함한 모든 것을 내던질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설사 민중이 잘못된 선택을 해서 그가 일시적으로 죽더라도 훗날 더 오래 살 것이다. 지금은 국가 백년대계를 생각하며 소신을 위해서는 죽을 각오로 임하는 강단 있는 지도자가 필요한 때다.
복지 포퓰리즘은 국가의 장래를 망치는 망령과 같은 것이다. 그 부담은 당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자손대대로 멍에를 씌우는 족쇄라는 사실을 젊은 세대는 깨달아야 할 것이다.
민주당 등 야당은 물론이고 한나라당까지 포퓰리즘의 탁류에 의탁하려는 요즈음 과연 어느 지도자가 있어 이를 막을 것인가. 한나라당의 소위 신주류나 소장파의 일부도 복지포퓰리즘 대열에 합세하고 있는 판이다.
비록 표 몇 장을 잃더라도, 당장은 인기가 떨어지더라도 대한민국의 장래와 선진국가로의 도약을 위해서 소신 있게 “이렇게는 안된다”고 외칠 수 있는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내년에는 대선과 총선, 양대 선거가 있는 해다. 망국적 포퓰리즘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과연 누구를 뽑아야 할지 선택은 현명한 국민의 몫이다.
이러한 국내적 소용돌이 속에 차기 대통령, 또는 차차기 대통령은 한반도의 급변사태 내지 통일에 대한 확고한 비전도 갖춰야 한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북한은 개혁, 개방으로 국제사회에 나오기는커녕 핵무기를 부여잡고 더 더욱 벼랑 끝으로 가고 있다. 인민들은 굶주리고 인권은 세계에서 가장 열악한 형편으로 추락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불쌍한 동족들을 지켜보고만 있기가 힘들 지경이다.
다음 대통령은 현 동북아의 역학구도 속에서 한반도 통일에 대해 지혜롭게 접근할 수 있는 탁월한 전략과 위대한 결단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지금 차기 대선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들이 과연 이러한 비전과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차기 대선후보 중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총재는 ‘원칙과 신뢰’를 존중하며 매우 심지가 굳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짧은 어법으로 던지는 말 한마디는 파장이 크게 번지고 있다.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듯 득표력에 대한 그의 파괴력은 매우 크다. 그런 의미에서 많은 존경과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비상시국에 과연 그것만으로 소임을 다하는 것일까. 차기후보가 너무 일찍 나서 현 정권에 대한 부담감을 주는 것을 피해보겠다는 의도는 이해가 간다. 그러나 비상사태에는 비상한 움직임과 결단이 있어야 할 것이다. 다음번에 이 나라를 짊어지고 갈 인물이라면 조그마한 계산보다는 몸을 내던지고 민중 속으로 들어가는 모습도 보여야 한다.
3년 전의 ‘광우병 난동’, 최근의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사건 같은 국가위기 때는 자신을 내던지며 나라를 구하려는 결단도 보여야 한다. 몇 표쯤 오르고 내리는 것은 그 다음 문제다. 그가 이 중차대한 이 시기에 나라를 끌고 갈 어떤 비전과 철학이 있는지 궁금하다.
김문수 경기도 지사는 진보파의 경험을 갖고 보수진영으로 들어 온 인물이다. 누구보다 서민의 사정을 잘 안다. 또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도약시키겠다는 확고한 신념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아직 대선주자로의 지지도가 낮고 전국적으로 지명도가 떨어져 보인다.
현재로는 박근혜, 손학규씨가 대선후보로 가장 근접해 있다. 그러나 아직 시간은 있다. 어떤 돌발변수가 나타날지 모른다. 위대한 결단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망국적 포퓰리즘의 격류에 국가의 장래를 망칠 것인가, 선진국으로 도약해 한반도의 전성기를 활짝 꽃피울 것인가, 국민들은 선택해야 할 것이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당장 입에 달콤한 사탕은 장래를 망칠 것이고 지금은 입에 쓰더라도 병을 고치는 약은 희망찬 미래를 보장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