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은 역사에 흥미가 많고 관심이 큰 역사 민족이다. 한국인들이 역사책을 많이 읽고, TV 사극의 시청률이 높은 것은 그 때문이다. 한국인의 이런 역사 애호는 한국 역사학 연구자와 역사 드라마 작가들에겐 더 없이 비옥한 토양이다. 역사 지향적인 우리 국민들에게 사실이 아닌 것을 마치 ‘역사적인 사실(史實)’인 것처럼 오인케 서술하는 것은 글을 쓰는 지식인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나는 역사를 전공하지 않았다. 다만 정치학을 하면서 관련된 정치사를 배웠을 뿐이다. 그러나 역사에 흥미가 있어 학교를 나와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역사책을 자주 읽었다. 그 때문에 역사 아마추어치고는 비교적 역사서를 많이 가지고 있으면서 동서양의 역사서를 적잖이 접한 편이다. 분명히 나는 ‘역사학자’는 아니다. 그러나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역사를 열심히 읽으면서 활용하는 ‘역사학도’라고 하면, 부끄럽지만 받아들일 수는 있겠다.
역사 소설가나 역사 드라마 작가는 역사학자나 역사 전문가는 아니다. 그러나 역사소설의 독자나 역사 드라마 시청자는 그들이 읽고 본 사실들을 역사학자들이 검증한 역사적인 진실이라고 믿는다. 그들은 작품 속에 나와 있는 인물이나 그의 벼슬 이름이 사실과 다르다고 생각하면,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여 작가나 해당 출판사·방송사에 알려주기도 한다. 작가들은 그런 지적을 받으면, 자기 역사소설이나 사극을 그냥 문학작품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한다. 그것은 역사소설의 내용이 반드시 역사적인 사실일 필요까지 있겠느냐는 뜻이다. 무책임한 답변이다. 그러면 내용을 작가 맘대로 구성하고 펴나갈 수 있는 일반소설을 쓸 것이지, 왜 공개되고 잘 알려져 있는 역사 인물의 실명을 들어가면서 역사소설을 쓰는가.
역사소설이든 역사 드라마든 ‘역사’라는 접두사가 붙는 한, 그 안에는 반드시 역사가 들어 있어야 한다. 사실을 떠난 작품이 ‘역사적’이라고 형용되거나 수식될 수는 없다. 역사소설이 역사에 관한 소설인 한, 방송 드라마가 역사 드라마인 한, 아무리 작품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고 해도 사실 자체를 벗어나거나 왜곡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