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김건이’는 2012년 1월 1일부터 ‘김윤재(金輪財)’로 신탄(新誕)했다. 두달 반 동안 법원의 판결을 거쳐 호적과 동적까지도 모두 바꾸었다. 앞으로 남은 절차는 국민연금, 건강보험, 운전면허증, 주민등록증, 여권, 그리고 은행통장, 세무서 신고까지 하면 새로운 이름으로 살아가게 된다.
“왜 굳이 이름을 바꿔야 했을까?” 옛날 이름도 좋은데! 친구들의 말이다. 아마도 그것은 내 이름에 익숙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사실 내 이름에 대해 많은 콤플렉스를 느끼고 있었다. 일본 놈들 이름에 健二(겐지)가 많을 뿐만 아니라 ‘건이’라는 이름을 잘못 발음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이름을 떠올려 나를 ‘이건이’이라고 잘못 부르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또 하나는 전화로 이름을 물어볼 경우 한자 한자를 띄워서 불러 주어야만 내 이름을 정확히 받아 적는 사례도 다반사로 경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동안 이름을 고쳐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2011년 10월 쯤 ‘한국정신과학회’ 모임 때 유명한 작명가가 연사로 나와서 인간에게 붙여진 이름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강조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강사는 법학박사 안동연(安棟戀)이라는 분이었다.
“인간의 사주팔자와 이름에서 나오는 주파수가 그 사람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Name is Energy” “Name is Everything”
이름을 알면 그 사람을 알 수 있으며, 이름에 모든 것이 있다는 불교, 유가, 朱子, 탈무드 등의 말을 인용하면서 좋은 이름을 가진 자는 반은 성공한다는 독일의 속담도 소개했다.
나는 강연이 끝난 며칠 뒤 안 박사를 찾아가서 즉석에서 개명을 요청했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가지고 있는 이름은 성명학상의 수치로 보니 좋은 점은 전혀 없고, 나쁜 점만이 암묵되어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래서 나는 무병장수에 재복까지 따르는 이름으로 지어달라고 요청했다. 50만원이 들었다.
그 이름이 바로 金輪財다. 부수를 전부 합치면 8, 15, 10으로 모두 33자가 된다. 재물을 모으고 명성을 천하에 떨칠 수 있는 격이다. 이름을 짓는 데는 한자뿐 아니라 한글 발음까지도 고려해야 하고, 또 이름 부수에 따른 음양도 고려해서 지어야 한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이 이름을 가졌더라면 친구들에게 밥도 사고 적선도 많이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지금 이 나이에 무슨 영광을 더 보려고 이름을 바꾸었느냐고 핀잔을 주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이번 개명을 계기로 성명학, 명리학, 그리고 학문 중의 학문이라는 ‘주역’을 본격적으로 공부할 계획이다. 그러니까 2012년은 내가 새로운 공부에 도전하는 해가 될 것이다. 나는 이 공부가 잘 되면 손자 이름도 바꾸어줄 예정이다.
사실 이름을 바꾸는 데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고 본다. 부모가 지어준 이름을 어떻게 바꾸느냐, 지금까지 친구들과 세상 사람들이 다 나의 과거 이름만 아는데 어떻게 쉽게 버릴 수 있느냐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이름을 바꾼 후부터 나의 하루하루가 한결 편해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김건이’라는 이름을 버리면서 이렇게 위로했다.
“김건이님! 그동안 나와 함께 생사고락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김건이’는 ‘김윤재’로 살아가고자 합니다. 이제 ‘김건이 님’께서 새로운 세상에 자리하셔서 편안한 여생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3,4일 동안 그렇게 염을 하면서 지냈다. 그런데 사흘 뒤 내 몸에서 나와 똑같은 모습의 유체(幽体)가 빠져 나가면서 나를 째려보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내가 무덤에서 몸이 빠져나오는 경험도 했다. 말하자면 새로운 이름을 얻는데 따른 자그마한 어떤 현상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제 ‘나는 무엇인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내 육체가 ‘나’인가. 내 이름이 ‘나’인가. 나는 나의 육체도 아니요, 내 이름도 내가 아니다. 나는 오직 무아(無我)일 뿐이다. ‘나’란 없는 것이다. 나를 버리면 아무것도 없는 공(空)이다. 무(無)란 무한한 에너지가 잠재된 상태이며 꽉 채워져 있는 공간이다. 가장 위력이 강한 파장은 無파장이다. 무아의 경지는 모든 형태로의 에너지로 변환이 가능하다. 모든 에너지의 원천이 나오는 빅뱅 이전의 상태가 無의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