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명량’이 한국영화사의 한 획을 열고 있다. 극장 흥행기록을 모조리 갈아치우고 천 5백만 명의 관객동원 신기록의 금자탑을 세운 이 영화는 한국사회에 르네상스처럼 이순신 신드롬을 부활시키고 있다. ‘명량’은 형식은 시대극을 빌렸지만 내용의 메시지는 오늘의 한국을 겨냥하고 있다. 정치 부재 속에 공공의 선과 법질서가 무너지고 존경과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가 없는 오늘의 한국에 이순신이란 인물을 통해 진정한 나라 사랑은 자기희생이요, ‘忠’은 백성을 위한 것이라는 메시지를 영상으로 전달하고 있다.
영화는 이순신 수군통제사의 침묵의 리더십으로부터 시작된다. 모함으로 투옥되었다가 조선 수군이 궤멸되자 수군통제사로 복귀한 이순신에게 남겨진 것은 12척의 배가 전부였다. 설상가상으로 수군은 육군에 편입하라는 왕의 교지가 떨어졌다. 수군의 사기는 바닥이고, 참모들은 바다를 버리고 육지로 가야한다고 이순신을 압박했다. 이순신은 누구도 범할 수 없는 침묵의 리더십으로 참모들의 압박을 물리친다. 그날 밤 이순신은 ‘바다가 무너지면 왜군은 하루 반 만에 서해를 거쳐 한양을 점령할 것’이라면서 ‘신에게는 12척의 배가 있으니 죽기로 싸우겠다’는 수군 당위성과 ‘신이 바다에 있으면 왜군도 바다를 두려워 할 것’이라는 글을 적은 상소문을 한양으로 보낸다.
이순신은 안팎으로 수난을 당한다. 히데요시는 이순신을 잡기위해 해적왕 구루지마를 응원군으로 급파하고, 12척의 배로 330척의 왜군을 상대로 싸우면 필패한다고 믿는 전라 좌수사는 건조된 구선에 불을 지른다. 구선을 잃은 조선 수군은 두려움에 휩싸인다. 이순신은 병사의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는 것은 자신이 솔선수범 하면서 죽는 길밖에 없다고 스스로 다짐한다.
이순신은 정면 돌파를 택한다. 도망병을 군사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의 검으로 목을 치면서 ‘군율은 엄숙하다’고 일갈한다. 이순신은 진도에서 해남으로 진영을 옮기고 조류변화가 심한 울돌목을 살피면서 12척의 배로 330척 왜선과 결전을 준비한다. 마침내 이순신은 진영을 불태우고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고, 죽으려고 하면 살 것이다’라고 포효하고 출진한다.
이후 전개되는 60분의 해상전투 신은 전편을 통해 압도적인 신으로 그래픽의 한계를 넘어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긴장과 흥분이 교차되고, 이순신이 왜 위대한 해군 제독인가를 여지없이 입증한다. 러닝타임 148분 중 60분이 해전 신이다. 이순신은 일자진을 펼친 후 11척의 배는 뒤로 하고 자신이 탄 기함만을 이끌고 해적왕이 이끄는 왜군 배를 울돌목으로 유인하기 위해 종횡무진 초인적인 힘으로 싸운다. 쇳덩이포에서 초량포로 바꿔가며 왜선에 포격을 퍼부은 다음 백병전을 전개한다. 백병전에서 조선 수군은 도끼와 돌로, 승군은 긴 칼로 왜군을 물리친다. 마지막 전략은 11척 배를 합류시켜 적선에 정면으로 부딪치는 충파로 왜선을 침몰시켰다.
이 영화에서 이순신으로 나온 배우 최민식은 처음부터 끝까지 엄숙하고 긴장된 얼굴이다. 딱 한 번 웃는 신이 있다. 울돌목에서 대첩을 거두고 귀선하는 배에서 어린병사가 준 토란을 먹으면서 ‘먹으니까 좋구나’ 말하며 살짝 웃는 신이다. 이 영화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위대한 장군의 인간적인 모습이다.
영화 ‘명량’이 단순히 이순신의 대승만을 그렸다면 관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은 없었을 것이다. 영화는 자신을 희생하면서 백성을 위한 위정자가 왜 없는지를 한국사회에 묻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