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이따금씩 불쾌한 전화를 받는 경우가 있다. 전화는 대면하여 말을 하는 것이 아니므로 예절을 더 깍듯이 지켜야 하는데, 자기 딴에는 친근하다는 생각에서 그런지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도 있다. 나이가 아랫사람이라도 예의를 지켜 공손히 전화를 해야 함에도 위아래 모르고 제멋대로 떠드는 사람도 있으니 딱하다.
말은 그 사람의 교양수준을 나타낸다. 가정이든 직장이든 인간이 모여 사는 조직사회에서는 크거나 작거나 갈등이 있게 마련인데, 갈등과 불화는 대체로 말을 함부로 하는 데서 비롯된다. 걸핏하면 막말을 하는 국회의원이 문제의 주체라니 더욱 기가 막힌다. 어디 사람이 없어서 이런 자들을 국회의원에 앉혀주었는가. 지난 17일 국회예산조정위원회에서 예산 심의가 끝날 무렵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책상을 ‘땅땅’ 쳤다고 해서 새정치민주연합 강창일 의원이 “X새끼야 너 깡패냐, 양아치냐?”라며 예산장이 막말전쟁으로 비화됐다. 참으로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국회의원 11년의 관록을 자처한다면 점잖게 “김의원, 책상을 치면 되겠느냐?”고 선배답게 한마디 했으면 될 것을 갖고 막말로 끝났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막말 방지법을 만들어야 되지 않겠는가? 막말을 거리낌없이 하는 대표주자를 보면 새정치민주연합 설훈(62)의원은 어떤가. 지난 10월 17일 관광공사 상임감사 윤종승(자니윤‧78)에게 "연세가 많으면 판단력이 떨어지므로 쉬게하는 것이다. 79세면 은퇴해 쉴 나이다."고 말했다. 윤감사가 한국관광공사의 업무에 적합한 능력과 자격을 갖췄는지는 비판과 검증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나이를 이유로 '판단력', '쉴나이' 운운하며 공격하는 것은 또다른 문제이다.
지금 우리는 100세 시대를 바라보는 고령화 사회에 살고 있다. 요즘은 60, 70대는 일할 수 있는 나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는 추세이다. 설훈의원은 어떤가? 비서로서 모셨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79세(실제 81세)까지 수행했다. "김 전 대통령이 나이 때문에 판단력이 떨어진 일을 본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는 노인들의 분노를 아는가
그는 지난 9월 12일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연석 회의에서 "대통령이 연애했다는 말은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아니라면 더 심각하다"고 말해 국가원수의 명예를 실추시킨 바 있다. 막말 상습범인 셈이다. 같은 당 정동영 상임고문이 열린우리당 시절인 2004년 "60대 이상 70대는 이제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니까 투표 안해도 괜찮고 집에서 쉬셔도 된다"는 노인 폄훼 발언으로 비판을 받은게 떠오른다. 최근에도 신경민 새정연 최고의원은 NLL 대화록을 공개한 남재준 국정원장을 향해 '미친X'라고 욕을 했다.
한편 새정연 전신인 민주당의 홍익표 원내대변인이 7월 11일 박정희 전 대통령을 '태어나지 말아야할 사람'에 비유하고, '그 후손이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발언을 했다. 이것은 유권자 과반수 투표(51.6%)로 탄생한 현직 대통령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 아닌가. 홍 대변인은 "귀신 귀, 태아 태(鬼胎)는 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사람"라며 "만주국에 귀태 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가 있다"고 했다. 박정희 대통령의 공과는 역대 대통령 지지율 순위에서 압도적 1위를 할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더욱이 그 후손 이라는 이유로 이런 막말을 내뱉은 것은 '연좌제'가 아닌가. 말은 그 사람의 인격과 수준을 반영한다. 홍대변인의 인격과 수준은 그야말로 수준이하라는 것이 들통났다.
또 그의 언동의 수준은 바로 그 당의 당격이라고 할 수 있다. 이종걸 새정연 의원은 지난 2012년 8월 '그년'이라는 여성을 비하하는 단어로 박근혜 대통령을 지칭했는데 ‘그녀는’의 줄임말이었다고 변명했다가 더 큰 반발을 샀다. 임수경, 장하나 의원 외에도 막말로 언론에 집중 포화를 맞아 국민에게 해명과 변명을 하려다 곤욕을 치른 인사도 있었다. 이같은 막말은 계속 지속되는 현실이기 때문에 걱정이 앞서 고사성어를 알아보았다.
구화지문(口禍之門)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입은 곧 재앙의 문과 같으니 항상 말을 조심하라는 경구(警句)다. 우리 속담에도 말을 줄이고 말을 조심하라는 말이 많다. 이를테면 ‘말은 쉽고 행동은 어렵다’, ‘말로서 배를 채우지 못한다’, ‘말 많은 사람은 무능하다’, ‘말 많은 집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 ‘말 많은 집 장맛은 쓰다’, ‘말하지 않는 것이 득이다’, ‘말에도 값이 있다’, ‘말은 반만 하고 배는 8부만 채우랬다’, ‘말은 할 탓이요 길은 갈 탓이다’, ‘말은 부처 같고 마음은 뱀같다’, ‘말은 꿀 같고 심보는 칼 같다’, ‘말은 적을수록 좋다’, ‘말은 할수록 늘고 되질은 할수록 준다’, ‘말이 달콤하면 진실은 적다’, ‘말이 미우면 줄 것도 안 준다’, ‘말이 씨가 된다’, ‘말 잘하는 사람은 거짓말도 잘한다’, ‘말 잘하는 아들 낳지 말고 일 잘하는 아들 낳으랬다’, ‘말이 아니면 대답도 말랬다’ 등등 일일이 다 소개할 수도 없이 많다. 반면, 말을 아끼되 잘해야 한다는 뜻의 속담들도 있다. 예를 들면 ‘말로서 천냥 빚을 갚는다’, ‘말만 잘하면 거저도 준다’, ‘말이 보증수표다’, ‘말을 안 하면 귀신도 모른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말 한마디 했다가 본전도 못 찾는다’, ‘말해봤자 입만 아프다’ 등등…
한 번 입 밖으로 나간 말은 엎질러진 물과 같아서 다시는 주워 담을 수 없는 법이다.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남녀노소와 직업을 가릴 것 없이 사람은 누구나 말을 조심해야 한다. 특히 말이 많고 말로서 말썽을 일으키기 잘하는 사람일수록 말수를 줄여야 한다.
신의의 근본은 진실하고 성실한 언행언동에서 비롯된다. 신중한 언행이야 말로 그 사람의 인격을 나타내는 가늠자 역할을 한다. 입에서 나오는 대로 내뱉는다고 해서 모두 말이 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무슨 말을 하든지 말을 하기 전에 이 말을 해도 좋은가. 혹시 이런 말을 하면 저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는 않을까 하는 슬기로운 배려가 필요하다. 이는 잘 모르는 상대방은 물론, 직장에서 아랫사람이나 가까운 가족과 친척, 친구 사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그것이 인간이 사회생활을 하는 최소한의 도리요 예의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이란 자칫 잘못 나오면 그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역전시키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기에 ‘입은 재앙의 문’이란 고사성어가 생겨난 것이다. 구화지문과 비슷한 뜻의 구시상인부(口是傷人斧)란 고사성어도 있는데, ‘입은 사람을 상하게 하는 도끼와 같다’는 뜻이다. 누구나 언행에 신중을 기하여 자신을 욕되게 하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