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한 주요 언론매체의 보도내용을 보면서 우리의 언론은 아직도 1980년대에 머물러있구나 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정부 17개 부처의 장관 중 한 사람을 내정 발표한 것에 불과한데 그 반응이 천편일률적이면서 자못 비장하다.
‘호남민심 배려 차원’ ‘박대통령의 탕평책’ ‘지역 안배’ ‘고용노동부 장관에 이은 두 번째 호남인사 발탁’ 등.
참으로 가관이다. 대통령 중심제의 정부가 국가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어느 부처의 수장을 선택하는데 있어 당사자의 업무수행능력이나 식견, 인품을 위주로 할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인데 그 결과를 지역안배와 민심다독이기 정도로 밖에 인식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분명 잘못된 시각이다.
장관이라는 자리는 5천만 국민 가운데 맡을 임무를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을 택해도 그가 실제로 잘 해낼 수 있을지 어떨지 마음 졸일 상황인데 고작 선택의 기준이 17분의 1을 2로 만들어 이반된 민심을 얻을 수 있게 됐다고 해석하는 우리 언론의 수준을 어디에 비견할 것인가.
인선을 발표한 청와대 또는 박대통령에게 한번 물어보자. 공석 중인 법무부 장관에 호남 출신을 임명한 것은 전라남북도에 사는 국민 모두가 쌍수를 들어 환호하리라는 것을 기대하고서였는가.
아니면 호남에 사는 국민들에게 한번 물어보자. 이번에 전남 고흥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공부한 김 아무개가 법무부장관에 임명되었으니, 그래서 17개 장관 중 호남사람이 두 사람으로 늘어나게 되었으니 마음이 흐뭇하고 행복하며 박근혜 정권에 대한 불만이 눈 녹듯이 일거에 사라졌는가.
어려운 처지에 있는 우리나라의 국제적 현상이다. 감히 백척간두라고 할 만한 상황이다. 국가안보가 그렇고 무역수지가 그렇고 민생경제가 그렇고 대기근이 그렇고 번지고 있는 역병이 그렇다. 5천만 국민이 온힘을 한데 모아야 할 때이다. 국난을 극복하고 개척해 나가는데 17개 부처장관이 모두 영남이든 호남출신이면 어떻고, 하나같이 어느 군소재지 출신이면 어떠하며 모두 어느 고등학교 졸업생이면 어떠하단 말인가. 5천만 중에서 가리고 가려 뽑은 최적인물이면 그만 아닌가.
어느 지역 출신, 어느 학교 출신, 어떤 직종 출신을 따지는 것은 사회학자나 통계학자들이 하는 일이다. 언론이 기껏 한다는 게 장관 한사람으로 탕평책이 되는 양 보도하고 해설하고 주장하고 있으니 정말로 한심하다.
당신네 언론사와 매체에서는 부장급 인사를 하면서 어느 지역 출신, 어느 대학 출신, 어느 성씨 출신을 안배해가며 편집국이나 보도국의 정서를 탕평하는가? 아직도 말이다. 정치부 데스크에 최고의 적임자를 발령해 타사와 경쟁하지 않는가 말이다.
1980년대에는 그랬다. 군부세력들이 온갖 요직을 독점하면서 ‘눈 가리고 아옹’ 하느라 지역안배, 인사탕평, 민심수습 따위의 강제보도를 일삼았었다. 그땐 누가 한사람 고위직에 임명되면 언론매체들이 하나같이 ‘청렴강직, 공선후사, 외유내강, 두주불사’를 키워드로 프로필을 써댔다.
그뿐인가. 대기업그룹 인사철이 되면 어느 그룹의 이사 승진은 영남출신이 몇%인 몇 명, 호남출신이 몇 %인 몇 명이니 어쨌느니 하며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았는가. 그 바람에 삼성그룹은 호남사람을 중용하지 않으니 입사지원하지 말라는 유언비어 때문에 호남지역 출신 유능한 인재의 유입을 제한받아 얼마나 큰 손실을 입었는가 말이다.
우리의 언론이여! 아직도 암울했던 그 시대의 악몽에 시달리고 있는가. 안타깝다. 이제 깨어나라. 이번에 김현웅을 공석중인 법무부 장관에 발탁한 것은 이 시대가 그를 요구했기 때문이라는 당위성기사를 썼으면 한다. 그렇지 않다면 국회 청문회에 앞서 그의 부적격성을 신랄하게 지적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언론이고, 그것이 언론의 사명이다.
월남(月南) 이상재 선생은 1945년 해방을 맞자 첫 마디로 “이제 우리는 고향을 묻지 맙시다.”라고 절규했다. 지역주의가 이 겨레의 앞길에 큰 암초가 될 것을 예견한 절규였다. 70년 후, 지금의 언론 후배들의 일그러진 행태를 미리 보았음도 틀림없다. 月南에게 참으로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