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사람과 뒷산에 아침운동을 하고 오다가 옆 동네 아파트 앞에 내다버린 그림 한 점을 가져와 우리 집 거실 벽에 걸어 놓았다. 휑하던 거실 뒷면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항시 거실 벽에 뭘 하나 걸기는 걸어야 하는데 생각하고 있던 터라 이번에 주워 걸어 놓은 그림이 딱 안성맞춤이다. 아마 누가 이사를 가면서 그림 몇 점과 글씨 몇 점을 내다 버린 것 같다. 매화와 동백꽃에 참새 두 마리가 사랑을 나누는 그림이다. 나는 밖에 나들이를 하고 돌아오면 그 그림 앞에서 살포시 미소를 지으며 만족을 취한다. 그렇게 싫어하던 작은 아들도 아버지가 좋아하니 수긍을 하는 모습이다. 국가 살림살이도 가정살림과 다를 바가 없다.
최근에 우리 동네 뒷산에는 어린이 놀이터를 헐고 새로운 놀이터를 만드느라 공사가 한창이다. 매일 가는 등산길은 기계 돌아가는 소리와 망치소리가가 요란하다. 4~5년 정도 된 학습장을 겸한 어린이 놀이터를 헐어내고 다시 공사를 하느라 야단법석이다. 웬만하면 고쳐서 쓰거나 아니면 부실한 곳을 손 봐서 쓰면 될 것 같은 데 몇 년 되지도 않은 놀이터를 부수어 버리고 공사를 하고 있다. 새로 놀이터를 만든다니 나빠 할 사람은 한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는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우리가 낸 세금으로 공사를 하기 때문이다.
연말이 되면 시내 여기저기서 공사를 하느라 불편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말짱한 도로를 파헤치고 새 보도블록을 깐다든지 상수도 공사다 하수도 공사다 해서 공사판이 벌어지는 것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다. 물론 다는 아니겠지만 그 해에 책정된 예산을 다 써버리기 위해 멀쩡한 장소에 공사판을 벌인다고 한다. 이는 시청이나 구청 등 지자체에서 넉넉하게 책정한 예산을 그해에 다 소진하기 위한 것이다. 책정된 예산을 쓰지 않으면 그 다음해에는 남은 예산만큼 깎는다는 말을 들었다. 이는 누가 봐도 잘못된 것이다. 구청이나 시청, 중앙정부나 예산을 담당하는 관계 부처의 잘못된 행정은 고쳐야 한다고 본다.
지금 우리나라의 빚이 위험수위까지 와 있다. 2016년 국가채무 예상치는 645조 2000억 원이고, 2015년 기준으로 가계 부채만도 1130조 5000억 원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당 2199만원에 가구당 6043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미국이 금리를 동결하는 바람에 우리 경제도 일단 한숨을 돌렸다고 한다. 다행이지만 12월경에는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것이 미국의 생각이다. 넉넉하지 않은 우리나라 살림살이는 그저 ‘아껴 쓰고 절약하고 다시 쓰고 바꿔 쓰는 수밖에 없다’고 본다. 내가 마치 그림 한 점을 주워다 벽에 걸고 만족을 얻은 것처럼 말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