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국회의원만 시켜준다면 자식 빼고 다 바꿀 수 있다”고 했다. 이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후보들이 하는 말이었다. 지난 4월 11일, 300명의 국회의원이 새로 탄생했다. 이제 당선자는 그들의 말처럼 자식 빼고는 확 다 바꿔야한다. 그렇다면 이들은 도대체 국회의원이 뭐 길래… 죽기 아니면 살기로 하나같이 국회의원이 되기를 열망했는가. 이들의 처우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 국회의원이 되면 누릴 수 있는 유형무형의 특권들이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본다. 그리고 정치가 직업이 되는 매력도 크다. 국회의원 특권이라 하면 대개 불체포특권(不逮捕特權)과 면책특권(免責特權)만을 떠올리지만 일상생활에서 누릴 수 있는 혜택도 적지 않다. 의원만 되면 특혜가 200여 가지에 달한다는 말이 나온다. 3만5천원짜리 의원배지가 금배지로 불리는 데는 이런 이유들이 있다.
우선 지역에서 장원급제를 했으니 명예는 물론, 일상생활에서 편리함은 양적‧질적으로 다양하다. 공무의 경우 비행기는 무료로 탑승하며 철도와 선박의 무료이용은 대표적인 특권이다. 그런가하면 국회사무처에서 의원 개개인에게 연간 450여만원의 교통경비를 지원해 주고 있다. 또 공항을 이용할 때도 1시간 가량 소요되는 출입국절차와 보안심사는 간소화된다. 이밖에도 특별출입구로 드나들며 공짜로 공항귀빈실도 이용할 수 있다.
국회의원 한 사람에게 지급되는 연간 비용은 5억원에 달한다. 의원세비(월급)가 11,496,820원 그리고 의원실 경비지원은 물론 의원보좌진들에게 연평균 3억2천여 만원의 급여와 경비가 지급된다. 여기에 또 한 달 차량 기름 값 110만원도 포함돼 있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되면 4년간 공식적으로 쓰는 돈만 32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국회 안에 있는 의원회관 25평도 그냥 사용하고 있다. 여의도에서 이만한 사무실을 임대해서 쓰는 데는 한 달에 보증금 2천만원에 100만~130만원을 내야한다. 국회사무처는 지금 사용하고 있는 25평에서 오는 5월 30일 개원국회부터는 새로 지은 ‘제2의 의원회관’의 45평 사무실을 사용하게 된다고 한다.
더 막강한 권한은 입법권이다.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기업‧공기업, 이익단체, 정부 공무원들이 의원사무실을 드나들며 의원들에게 설명하고 부탁할 일이 많아지게 하는 힘이다. 한 의원은 “유력 인사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특권층이 된 듯한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이들이 특혜를 받는 일은 국회의원 주요 권한 외에 연간 후원회는 물론 출판기념회, 정책세미나 비용, 국고보조 그리고 운전기사를 포함한 보좌진을 최대 9명까지 채용할 수 있다. 이를 보면 4급 보좌관 2명, 5급비서관 2명, 6급‧7급‧9급비서 각 1명 그리고 인턴도 2명을 채용할 수 있다. 또 의원회관 내에 있는 목욕탕‧체력단련장까지 무료이용은 물론 은퇴 후 65세부터 매달 120만 원 의 지원금 이 지급된다. 작년에만 해도 배우자에게 월 4만원, 자녀에게 2만원씩의 가족수당을 새 규정까지 만들어 챙겼다.
이와는 반대로 낙천, 낙선자는 금단현상을 겪는다고 한다. 전직 의원들은 권력을 털어내야 한다. 바로 느끼는 것은 그 공허감이다. 수행비서가 없어지니 모든 일을 혼자 처리해야 한다. 한 전직의원은 “공항에서 출입국심사를 받을 때마다 배지가 떨어진 것을 실감하게 된 다”고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요금을 몰라 어려움을 겪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전직 국회의원 김 모씨는 “버스나 전철에서 사람들이 알아보고 바쁜 사람이 전철이나 버스를 타냐고 묻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금배지를 놓기가 쉽지 않다. 중진 의원들이 용퇴 압력을 받으면서도 버티는 데는 이런 이유도 크다. 전직 의원들이 선거 때마다 ‘명예회복’이니 국가, 민족에 대한 마지막 봉사 운운하며 복귀의지를 불태우는 데도 금배지를 향한 열망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정치 전면에 섰을 때의 화려함을 잊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법조인을 제외한 다수의 정치인들은 생계가 막막해진다. ‘정치 백수’가 되거나 칩거하는 사람도 적잖다. 여기에 더한 것은 주변의 태도변화다. 이번 총선출마를 않겠다고 선언한 정장선 의원은 “굉장히 가깝게 대했던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지는 일도 생겼다”고 했다. 그는 “주류사회에서 역할을 하다가 갑자기 떨어져 나갔을 경우 생기는 허탈감과 공허감을 이겨 나갈 수 없다고”했다. 한 전직 의원은 불교‧기독교 등을 전전하면서 마음의 평화를 찾으려고 노력했으나 여의치 않자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는 것이다. 아무튼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하도록 헌법에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국회 자체가 하나의 이익집단으로 되어가고 있는 것이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