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의 원조를 받아 5월 초순 5박 6일 일정으로 중국 장가계(張家界)를 다녀왔다. ‘칠순 부부 여행’이다. 장가계는 중국이 자랑하는 5대 명승지의 하나다. 깎아지른 까마득한 절벽들, 하늘로 우뚝 치솟은 장엄한 석봉군(石峯群), 석봉 바위벽을 따라 무성하게 자라는 소나무들, 골짜기를 말끔히 씻어내리는 시원한 폭포 줄기들이 거대한 한 폭의 그림인 양 절묘한 풍광을 빚어낸다.
장가계를 보고도 감탄사를 연발하지 않는다면 정녕 감정이 메마른 사람이리라. 동행했던 한 영감은 “야! 감동 그 자체다.” 하면서 연방 입을 다물지 못한다. 중국인 관광객이 90%를 차지하지만 가는 곳마다 한국인 단체 관광객을 만날 수 있었다.
장가계 관광은 천문산(天門山∙1,519m)과 천자산(天子山∙1,334m), 토가족 민속촌, 호수와 동굴 관광 등으로 나뉜다. 장가계 시내 중심가에서부터 천문산 꼭대기까지 7.455km에 걸친 케이블카를 타고 30분을 오른다. 1년 내내 비가 내린다는 장가계는 며칠 동안 얕은 구름만 끼어 있어 조선족 안내인이 행운을 맞았다며 관광객의 비위를 맞춘다.
계곡에서 절벽 정상을 향해 케이블카가 숨가쁘게 오를 때는 가슴이 오싹해 진다. 거대한 바위 구멍(높이 131.5m, 너비 57m)이 뻥 뚫려 1999년 아시아 곡예비행대회 때 비행기가 에어쇼를 하면서 드나들었다는 천문, 즉 하늘 문이 바로 눈앞에 전개된다. 정상에 발을 내디디자 기묘한 산길이 나타난다. 이름하여 귀곡잔도다. 아득한 절벽을 따라가며 1.5m 너비로 절벽 길을 인공으로 만들어 놓았다. 한쪽은 절벽이요, 한쪽은 천길 낭떠러지다. 지옥길이라 하여 까마득하게 밑바닥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투명한 유리를 깔아놓은 절벽 길을 지날 때는 오금이 찌릿찌릿해 진다. 1시간을 걸어서야 절벽 길을 벗어날 수 있었다.
산 중턱에서 5층짜리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가 다시 꼬불꼬불 S자 산길을 버스로 20여분이나 올라가 천문에 이르는 코스를 만들어 탐승객들에게 신비스러움을 더해 준다.
두 번째 코스는 기적의 천자산이다. 그 유명한 미국 영화 ‘아바타’를 촬영한 장소로 알려져 유명세를 타고 있다. 산 중턱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1,200m 고지까지 올라간 다음 40분 가량 버스를 타고 가다 1,000m 고지에 내려놓는다. 이제부터 천자산 대협곡을 탐험할 차례다. 높이 600m에 달하는 협곡 양 옆으로 철골을 박아 아래쪽으로 90도 각도로 하산하는 계단을 만들었다. 내려다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난간에 손을 잡고 부들부들 다리를 떨면서 조심 또 조심 한 걸음씩 내디뎠다. 30분 걸려 하산하니 여전히 다리가 떨렸다. 대단한 토목기술이 아닐 수 없다.
그곳에서 8km에 이르는 계곡 길을 따라 걸으니 호수가 나타났다. 산 속에서 배를 타고 주변 경관을 감상한다. 이어 다시 버스를 타고 이동하니 1,000m 고지라고 했다. 여기서부터는 천자산의 하이라이트를 둘러보게 된다. 우리나라 금강산이나 천하 절경 중국 황산에서도 볼 수 없는 거대한 석봉군을 만날 수 있다. 능선들을 교묘하게 활용하여 500~600m씩 쭉쭉 뻗은 돌기둥 봉우리들을 여러 각도에서 감상할 수 있게 코스를 꾸며 놓았다. 우뚝우뚝 치솟은 석봉은 무려 3,103개나 된다고 한다. 석봉들이 저마다 천변만화의 형상을 이루면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사를 연발하게 한다. 인간의 상상으로는 그림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신의 작품임이 분명하다. 산 전체가 얕
옅은 구름에 뒤덮여 구름 사이로 솟아오른 기괴한 봉우리의 향연은 영화보다 훨씬 더 환상적이다.
1시간 동안 석봉 코스를 돌아보며 감상한 다음에는 320m 높이 백룡 엘리베이터를 타고 하산했다. 절벽 바위에 바짝 붙여 거대한 철골 탑을 세워 2개 층으로 나누어 20명이 타는 대형 엘리베이터를 만든 것이다.
거대한 석봉들을 위에서가 아니라 아래쪽에서 위로 바라볼 수 있게 길을 낸 십리계곡과 8km의 모노레일 또한 감흥을 더해 준다. 가까운 곳에는 보봉(寶峰)호라는 호수가 있어 아기 울음소리를 내는 이곳만의 특유한 물고기가 서식한다. 작은 양식장에 키우는 물고기를 보니 마치 메기 같이 생긴 지느러미가 4개 달린 민물고기였다. 중국사람들은 “사람이 태어나 장가계를 가보지 않았다면 100세가 되어도 어찌 늙었다고 할 수가 있겠는가”라고 할 만큼 꼭 찾고 싶은 절경으로 손꼽는다.
십리계곡 인근에는 중국 55개 소수민족 가운데 하나인 토가족들이 산속에 살았던 흔적을 담은 토가족 민속촌이 있다. 장가계 지역의 원주민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은 원숭이와 호랑이를 숭상한다 하여 이곳 마을을 원가계(猿家界)라고 부른다. 이들은 천문산과 천자산을 중심으로 1965년까지만 해도 산속에 살면서 산적으로 살아온 민족이어서 소수민족 가운데는 가장 용맹스러운 민족으로 알려져 있다.
장가계는 원래 토가족이 사는 대룡(大庸)지역으로 세상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1982년 중국 최초로 국가삼림지역으로 지정하고 1994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이후 본격적인 관광지개발과 더불어 만년에 한고조가 사망하자 이곳으로 피신해 살았던 삼국지에 등장하는 장량의 가계를 본따서 張家界로 호칭하면서 세계적인 명승지로 각광받게 된 것이다. 여우와 선녀 이야기로 꾸민 천문산을 배경으로 한 야간 뮤지컬 쇼는 관광객들에게 오랜 추억을 선사한다. 등장인물만도 500명이나 된다고 한다. 세계 영화계 거장 장예모 감독의 작품이다.
이곳을 방문하는 우리나라 관광객은 연간 25만명에 달해 후난(湖南)성 정부의 외화수입에 큰 몫을 하고 있다. 그래서 호남성에서는 관광지마다 안내표지판에 중국 한자와 한글로 적어놓고 있다.
빼어난 관광지에 비해 외국인을 위한 음식 개발은 미약한 편이다. 모든 음식이 느끼하고 간이 제대로 맞지 않으며 담백한 맛이란 찾을 수 없었다. 돼지고기 특식, 불고기 특식이라고 내놓은 음식도 중국식이어서 느끼하기는 마찬가지였다. 5성급 호텔에서 제공한 특식도 고약한 냄새만 풍겼지 우리 입맛과는 거리가 멀다. 한국에서 맛보는 중국음식과는 전혀 비교가 되지 않았다. 중국을 여행할 때는 반드시 고추장을 충분히 준비해 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우리 돈 천원짜리는 매우 유용하게 쓰인다.
장가계 관광은 이전에는 북경이나 상해를 거쳐 국내선을 타고 접근했으나 2011년부터 성도 장사(長沙)에 비행장이 생기고 대한항공 직항노선이 개설돼 편리해졌다. 장사에서 장가계까지는 고속도로로 4시간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