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이란 단어의 사전적 의미가 무엇이든 필자는 ‘막돼먹은 사람의 저속한 지껄임’ 정도로 해석한다. 어쩌면 ‘인격포기자가 함부로 내뱉는 말’이 더 정확한지도 모르겠다.
요즘 사회 각층에 막말이 난무한다. 그만큼 사회가 어지러워지고 스스로 인격을 저버리는 사람이 많다는 증좌다. 막말은 ‘갈 데까지 갔다’, ‘끝장내버리자’, ‘더는 상종하지 않겠다.’는 의연한 표현이지만, 사실 ‘의연함’과는 거리가 먼 불손과 무지의 표출에 다름 아니다.
막말을 일삼는 자가 스스로 ‘욕쟁이’라고 천명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욕’은 때로 그 속에 해학을 감추는 경우가 있어 ‘친근한 사이의 다정한 표현’일 수도 있으나 막말은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듣기에도 거북해 혀를 끌끌 차게 하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할 수 있는 말이 있고, 해서는 안 되는 말이 있다. 막말은 어떠한 상황에도, 누구에게도 해서는 절대 안 되는 말본새다. 그래서 우리는 막말을 하는 사람을 아무 가치도 없는 사람으로 치부한다. 하물며 공적 위치에 있는 사람으로선 몸가짐보다 더 조심해야 할 것이 말 가짐인데 막말을 자랑거리인양 내세우고 있으니 적절한 수식어가 생각나지 않는다.
막말은 그 구분이 애매한 경우도 있어 흔히 자기편의적으로 해석할 때가 있다. 가령 아버지가 아들을 나무라며 ‘너는 내 자식이 아니다.’라고 하면 강도 높은 훈계로 해석되지만, 반대로 아들이 아버지에게 ‘아버지는 이제 내 아버지가 아니오!’ 하면 그건 불효자식의 막말이다.
이런 정도의 불문율을 몰라서일까. 국회의원 선거에서 떨어진 어느 막돼먹은 사람의 막말은 공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여성을 비하하고 어르신을 폄하하는 것만으로도 그의 교양이 의심받아 마땅한데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저급하고 직설적인 언사로 대중을 희롱하는 것은 인격파탄을 떠올리게 한다. 그 얼굴이 너무도 뻔뻔스러워 역겨울 지경이다.
어느 일선 판사의 막말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의 머릿속엔 꽤 쓸 만한 지식들이 축적되어 있을 터인데 기껏 한다는 소리가 ‘가카빅엿’이라며 현직 대통령을 깔아뭉개는 넋두리라니 정신연령이 의심스러워도 한참 의심스럽다. 대통령은 다름 아닌 그의 임명권자이고 상명하복을 근무자세의 기본으로 한다는 검사다. 대통령이 권력의 핵이라면 그는 그 권력을 행사하는 실체인데 말이다. 그런 사람이 또 버젓이 국회의원 배지를 다는 세타라니.
막말에 관해 얘기한다면 최근의 또 한 가지 어처구니없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의 총수가 집안의 재산다툼에 휘말린 것에 대해 제3자로서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것은 온당치 않지만 그의 관련된 발언은 듣기가 거북한 막말이어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눈으로 보게 한다.
아무리 억울하고 다급해도 한 핏줄을 나눈 친형을 향해 “그는 우리 집안에서 퇴출당한 사람이다”, “아버지도 내 자식이 아니라고 했다”는 등의 언사를 쏟아내는 것은 이유야 어찌됐든 온당치 않다. ioc위원이라는 명예에 어울리지 않는 언사다. 온 국민과 특히 청소년의 기대를 한 순간에 무너뜨리는 것 같아 서글퍼진다. 뒤늦게 “개인감정을 드러낸데 대해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해명을 했는데 죄송한 문제라기보다 부끄러운 사안임을 간과한 것 같다.
사마천은 사기에 이 시대는 물론 당시에도 외경의 인물이었던 공자에 대해 ‘불효막심한 자’라고 서슴없이 기술한 바 있다. 이유는 공자가 자기 아버지의 묘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공자가 전국시대의 와중에서 부친의 묘 위치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실치 않지만 전혀 근거가 없지도 않다는 이유만으로 ‘불효막심’으로 표기하고 있음을 상기하면 집안의 치부가 결코 자기와 상관없는 사안이 될 수 없음을 왜 모를까.
최근엔 야당의 중진 정치인이 여당의 유력한 대선후보인 여성 정치인을 향해 “그년”이라고 지칭해 안팎의 지탄을 받고 있다. 한마디로 막돼먹은 사람의 소행이다. 그는 아마 자기 집에서도 부인과 자녀를 향해 서슴없이 ‘이년, 저년, 그년’이라고 내뱉는 그런 사람일 것이다. 우국 애국지사로 추앙받는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명예에 침을 뱉고 있는 격이다.
우리는 오늘도 어디선가 막말을 듣거나 막말 하는 사람을 보게 된다. 직접 대놓고 막말을 하는 사람을 더 이상 상종하는 것은 현명한 처신이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라도 막말을 일삼는 사람은 아예 접근하지 않는 것이 군자의 처신이다. 혹 공인의 신분이거나 공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이 막말로 국민과 대중 앞에 나서는 일이 있다면 철저히, 아니 온 힘을 다해 배척해야 한다. 그것이 사회품격을 지키기 위한 배운 자, 앞선 자의 의무이고 권한임을 망각해서는 아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