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011년)11월26일(토)자 중앙일보 1면에 말기 암을 웃음으로 극복한 우체국 집배원 이야기가 파안대소(破顔大笑)하는 그의 사진과 함께 전면을 차지하는 머리기사로 실려있다. 이런 기사를 1면 전면을 차지하는 그 날의 머리기사로 선정한 중앙일보 편집부의 선구안 (選球眼)은 압권이다.
전라북도 정읍의 칠보 우체국 집배원 김천수(48)씨는 5년 전인 2006년 3월27일 직장암 4기말이란 진단을 받는다. 21일 뒤 수술을 받고 모든 것을 포기 하겠다고 생각했으나 그로부터 5년이 지난 2011년 2월 수술을 했던 그 병원에서 “1년뒤 오라”는 통보를 받았고, 건강 보험공단에서도 ‘중증환자 졸업’했다는 축하 서신도 보내왔다. 그는 인터뷰한 기자에게 “이제 세상이 달라 보이니 제2의 인생” 이라고 했다.
직장암 수술을 받은지 1년 쯤 뒤 인터넷에서 “웃음으로 암을 물리친다”는 대목을 만나자 그는 그 길로 광주의 웃음 치료사 과정에 등록해서 6개월 만에 1급 자격증을 받았다 그 뒤로 파티 마술도 배워 관내 독거 노인들을 찾아다니며 우스갯 소리와 마술로 웃음을 선사하기 시작했다. 웃음배달 5년… 외로운 노인들을 위로하는 봉사의 세월이 직장암 말기의 치명적인 질병을 치유하는 기적의 시간이 될 줄이야.
웃음은 약인가? 웃음에 암도 고치는 치유력이 있는가? 있다고 대답한 사람이 있다. 집배원 김천수씨가 인터넷에서 보았다는 그 기사는 노먼 커즌스 (Norman Cousins) 이야기이다. 나는 그가 쓴 '웃음과 치유력(治癒力)' 을 가지고 있다. lwanami (岩波)현대문고로 출간된 그 책의 원명은 '환자가 이해한 질병의 해부(ANATOMY OF AN ILLNESS AS PERCEIVED BY THE PATIENT)'다.
노먼 커즌스는 1915년에 나서 1990년 75세로 죽은 미국의 전설적인 잡지 편집자다. 컬럼비아 대학을 졸업하고 저널리스트가 되어 ‘뉴욕 이브닝 포스트’의 교육문제 리포터를 거친뒤 서평(書評)잡지 ‘새터데이 리뷰’ (Saturday review)의 편집장이 되어 1942년부터 1971년까지 근 30년동안에 2만부에 불과했던 발행부수를 60만부로 끌어올렸다. 그가 죽었을때 1990년12월1일자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의 부고기사는 다음과 같다. “그 이름이 40년 가까이 '새터데이 리뷰' 와 동의 (同義)였던 편집자, 저술가, 철학가 노먼 커즌스씨가 웨스트우드의 호텔에서 중증의 심장 발작을 일으킨뒤 캘리포니아 대학병원에서 사거(死去)했다. 향년 75세.” 동지(同紙)는 사망 기사에 덧붙이기를 “커즌스씨는 죽기 2개월전, 오렌지 카운티의 집회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에 무슨 일을 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인생의 비극은 죽음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에 우리들 내면(內面)의 것이 죽어 없어지는 일이라고 말한바 있다.”
노먼 커즌스가 완치율이 500대1이라는 교원병(膠原病)에 걸린 것은 1964년 7월, 소련과의 문화교류문제를 검토하기 위한 미국 대표단의 단장으로서 레닌그라드와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다. 호텔 근처의 주택 건설공사장을 쉴 새 없이 왕래하는 트럭의 대열이 뿜어내는 디젤엔진의 베기가스와 공항에서의 눈앞에서 뒤집어 쓴 비행기의 배기가스가 원인으로 보이는 교원병은 신체의 조직을 결합하는 섬유질에 치명적인 결함이 생기는 질병이라는데 관절염과 류머티스도 교원병의 일종이다. 최종적인 진단으로 내려진 병명은 ‘강직성 척주염(强直性 脊柱炎)’이며 격심한 통증과 척주의 결합조직이 흩어지는 병이란 것이다.
소련에 함께 갔던 아내는 멀쩡한 것으로 보아 그는 자신의 부신(副腎)이 아주 피로해져서 신체의 저항력이 바닥으로 떨어진 것이 교원병에 걸린 원인으로 판단, 자기의 내분비계(內分泌系) 특히 부신의 완전한 기능 회복이 난치병 극복의 관건으로 보았다. 그로부터 그의 끈질기고 단호한 자구책(自救策)이 시작된다. 현대 서양의학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요소를 철저하게 배제하고 스스로 판단한 방법에 전념하게 되는데 그 방법은 그의 광범한 독서력이 뒷받침하게 된다. 그는 전에 읽었던 ‘한스 세리에’의 고전적 명저인 ‘생명의 스트레스’를 떠올리고 그 속에서 부신의 피로가 욕구불만이나 억눌린 분노와 같은 정서적인 긴장에 의해서 일어날수 있음을 상기(想起)하게 된다. 부정적인 정서가 육체에 네거티브한 화학 반응을 일으킨다면, 그렇다면 적극적인 정서는 적극적인 화학반응을 일으킬 것이라는 판단아래 희망과 신앙과 웃음과 믿음따위 삶에의 의욕이 치료적 가치를 가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야기가 좀 어렵게 전개되지만 결론은 웃음이 치유력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노먼 커즌스의 건전한 정서를 추구하는 조직적인 계획이 이루어진 것이다.
웃음이 치유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꼭 노먼 커즌스의 독창적인 발견이 아니라 우리도 옛날부터 ‘화내면 늙고 웃으면 젊어진다(一怒一老 一笑一少)’ 라든가 ‘화내지 말고 많이 웃으라(少怒多笑)’라는 양생(養生)에 관한 속언(俗諺)이 있어 왔다. 단지 그러한 원리를 질병극복에 조직적 체계적으로 이용한 지혜가 다를 뿐이다. 노먼 커즌스는 병원에서 그에게 복용하라고 준 하루12정의 페르니브다존과 26정의 아스피린에 대해 의심하게 되고 수백만마리의 개미떼가 전신의 피부를 물어 뜯는 것처럼 고통을 주는 그 약제들을 거부하게 된다.
‘새터데이 리뷰’지의 조사담당 기자로 하여금 그 두가지 약제의 의학지(醫學誌) 속의 관계자료를 샅샅이 뒤지게 한 결과 부신에 무거운 부담을 준다는 사실을 확인한 결과다. 그는 병원에서 나와 호텔로 옮겨서 웃음치료에 들어간다. 미국에 존재하는 이름난 코미디 영화의 필름과 웃음을 유발하는 만담 책의 정수를 발췌해서 여자 간호사가 영사기를 돌리고 끝나면 우스개의 결정판을 들려줌으로써 노먼 커즌스가 노상 웃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러는 한편 그는 비타민C의 대량투여를 감행한다. 그의 독자적인 판단에 의해 하루에 25그램의 비타민C 농축액을 점적(点滴-약재를 물방울 처럼 떨어뜨려서 혈관에 주입함) 주사로 투여한 것이다. 비타민C 25그램이란 양은 얼른 생각하기 어려운 대용량(大容量)이다. 한국의 의사들중 내가 아는 어떤 의사는 하루 6000~7000밀리그램(6~7그램)의 비타민C를 복용하는 것을 본 일이 있으나 보통의 경우 하루에 1000밀리그램(1그램정제) 두세개가 적량의 섭취량이다. 나도 2000밀리그램(1그램짜리 2정)을 복용하고 감기가 들면 비타민 C함량이 많은 감잎차와 함께 1000밀리그램 5~6정을 2시간마다 1정씩 복용함으로써 감기를 내쫓은 일이 있는데 한꺼번에 대용량을 섭취하면 대부분 그냥 배설되고 되고 만다. 그러므로 노먼 커즌스는 25그램의 비타민C를 점적을 통해서 여러시간에 걸쳐 투여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노먼 커즌스가 교원병 때문에 일어나는 염증과의 싸움에서 아스피린을 버리고 비타민C를 선택한 것은 그가 읽은 의학지 속에서 아스콜빈산(酸 비타민C)이 기관지염에서 어떤 종류의 심장병에 이르기 까지 여러가지 질병을 다스리는데 유용(有用) 하다는 기사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타민C가 염증을 다스릴수 있을것인가? 망설이기도 했지만 비타민C가 혈액의 산소화를 돕는다는 의학지의 기사를 떠올리고 산소화의 부족 내지 장해가 교원병의 원인의 하나라고 한다면 그 점도 비타민C가 유용하다는 증거가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했다.
노먼 커즌스는 10분동안 크게 웃고 나면 그 격심한 교원병의 고통이 2시간동안 사라지는 것을 체험하고 웃음이 신체의 화학작용에 좋게 작용하는것으로 보았다. 그가 앓고 있던 교원병은 혈침(血沈)수치가 115에 이르는데 혈침수란 적혈구가 시험관 속에서 가라앉는 침하(沈下)속도를 말한다. 혈침수 115는 위독 상태의 신호로 파악하는 수치라는 것이다. 한번 웃고 난 다음 혈침수를 재어 보면 보통 5정도 내려갔는데 그 수치는 미미하나 계속적이고 누적적이라서 치료효과가 있다는 증거가 된다.
노먼 커즌스의 단호하고도 연구적인 자가치료의 뒤애는 그와 20년동안 친하게 지낸 저명의사의 격려와 동의(同意)가 힘이 된다. 병원의 환자를 배려하지 않는 과다한 채혈이나 식사의 영양이나 조리방법에까지 토를 다는 그의 까탈스러움을 수용하는 의사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관용이 아니라 노먼 커즌스의 송곳같은 안목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노먼 커즌스는 웃음과 비타민C라는 두가지 방법을 무기로 교원병을 극복한다. 그가 치료율 500대1이라는 난치병을 극복하고 쓴 책의 첫장(章)이 게재원고의 검토가 까다롭기로 이름난 ‘뉴 잉글랜드 의학저널지(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에 발표됨으로써 10수개국의 의사들로 부터 3000통에 이르는 투서(投書)를 받게 된다. 노먼 커즌스가 놀란것은 많은 의사들이 난치병의 치료를 위한 새롭고 파격적인 방법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동의(同意)하고 지지했다는 사실이다. 사실 노먼 커즌스의 저서는 일반 독자보다도 현대 서양의료에 종사하는 전문가(의사)들이 읽어야 할 내용으로 판단된다. 속에는 ‘의사의 첫째가는 임무는 사람들을 도와서 질병을 예방하는데 있는 것이지 단지 병을 극복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나 ‘환자는 병을 고쳐줄 사람에 대하여 종속관계를 맺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신뢰가 그 관계의 중요한 부분이 되지 않는 한 완쾌는 기대하기 어렵다든가 경구(epigram)나 잠언(aphorism)에 들 명구(名句)들이 수없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