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거진천사거용인(生居鎭川死去龍仁) 살아선 진천에서 살고 죽어선 용인으로 간다는 말이다. 진천이 예로부터 살기 좋은 고장으로 소문난 까닭이 궁금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금년도 1차 문화탐방지로 진천을 택한 것도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였을까, 동참할 기회를 마련해준데 감사하며 서울에서 두 시간 남짓 중부고속도로를 달리다보니 진천 인터체인지 ‘생거진진천’이란 간판이 눈에 보인다.
우리 일행이 처음 찾은 곳은 길상사(吉祥祀). 흔히들 사찰로 착각하기 일 수란다. 모두들 우산을 바쳐 들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니 흥무전(興武殿), 그 안에 김유신 장군의 영정이 모셔져있고 앞뜰엔 1957년에 세웠다는 "흥무대왕신성비(興武大王神聖碑)가 비를 피해 서있다. 진천군청에서 파견 나온 김성규 해설사의 기억력에 감탄하며 김유신장군이 진천에서 출생해 삼국 통일의 대업을 완수하기 까지 역사 공부를 다시 한 느낌이다.
이어서 찾은 곳은 김유신장군 생가 터, 해발 461.8m의 태령산(胎靈山)(吉祥山) 정상엔 김유신장군의 태를 묻었다는 태실이 있지만 비가 와 못가 본 것이 못내 아쉬웠다.
서둘러 보탑사에 이르니 우람한 3층 통일 대탑이 반긴다. 보탑사 통일 대탑은 신라 때 김유신 장군이 3국통일을 이뤄 냈듯 남북이 통일되기를 기원하며 지은 삼층 목탑이다. 내부로 들어가 계단을 통해 3층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지어졌다. 1층(금당)에는 심주를 중심으로 사방불, 2층(법보전)에는 경전, 3층(미륵전)에는 미륵3존불을 모셨는데 보탑사의 진수를 알려면 내부를 보아야 안다는 말이 실감났다. 와불(臥佛)을 대하니 더욱 숙연해진다. 인근엔 고려 초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보물404호인 백비가 서있다. 어느 청백리의 공적을 기려 세웠다는 이 비석은 거북 받침위에 비 몸을 세우고 머리엔 아홉 마리의 용이 여의주를 물려고 하는 모습이 특이하다.
바쁜 일정이지만 빼놓을 수 없는 진천의 명소가 바로 농(籠)다리다. 고려 초기의 군신 임연장군이 축조하였다고 전해지는 이 돌다리(石橋)는 암질의 붉은 돌을 쌓아서 만든 다리로써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가장 긴 옛 다리다. 나라 안에 변고가 있을 때마다 운다니 신기한 다리가 아닌가. 잠수교의 원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다려지는 붕어찜 점심은 듣던 대로 일미였다. 30㎝ 정도 크기의 붕어를 3∼4시간 정도 삶아 갖은 양념을 곁들인 요리다. 붕어의 쫄깃하고 담백한 맛과 시래기의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붕어는 불포화지방산을 많이 함유해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등을 앓는 사람들에게 인기라니 경치도 좋지만 문전옥답 먹을거리 붕어찜으로 몸보신, 이래서 생거진천이라 했던가. 해마다 열린다는 붕어축제는 상상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인다. 붕어찜 점심이 기운을 배가시켰는지 정송강사로 달리는 버스 또한 발길이 가볍다.
정송강사는 송강 정철선생의 위패를 봉안한 사당으로 지방기념물 9호이다.
경내 에는 송강묘소와 신도비가 있으며 송강선생의 은배, 옥배 그리고 연행일기 65일분과 친 필편지 등이 보관, 전시되어 있다. 인근 지장산에 자리한 송강의 묘소는 원래 경기도 고양군 원당면 신원리에 있던 것을 현종 6년에 우암 송시열이 송강의 정경부인 文化柳氏 일가가 터를 잡고 있는 이곳에 자리를 정하고 그의 손자 정양(진천현감으로 재직한 적이 있음)이 이장한 것이다. “한 잔 먹세 그려, 또 한 잔 먹세 그려/꽃 꺾어 셈하면서 무진무진 먹세 그려/이 몸 죽은 후에/지게 위에 거적 덮어 졸라매어 지고 가나/화려한 꽃상여에 만인이 울며가나/억새, 속새, 떡갈나무, 백양 속에 가기만 하면/누른 해, 흰 달, 가는 비, 굵은 눈/쌀쌀한 바람 불 때/누가 한 잔 먹자 할 꼬/하물며 무덤 위에 원숭이 휘파람 불 때 뉘우친들 무엇 하리” 애주가에 호방한 성격이 눈에 선한 송강 선생이 지은 장진주사(將進酒辭)다. 선조가 딱 한잔씩 만 마시라고 하사한 술잔을 두드려 늘린 은배(銀杯)를 보고 유창한 해설사의 암송을 듣다보니 붕어찜 점심에 곁들인 막걸리 반주 생각이 굴뚝같다.
가사문학의 거성 송강선생의 얼과 유훈이 살아 숨 쉬는 송강사, 선생이 남긴 관동별곡 사미인곡 속사미인곡 성산별곡과 구구절절이 가슴에 와 닿는 훈민가를 떠올리며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우리나라 유일의 종 박물관. 종의 종류가 이렇게 많고 다양한지를 여기 와서 알았다. 진천 석장리는 한국 최초로 4세기대로 편년되는 고대제철로의 실례가 발견된 곳으로 유명하다. 바로 이곳에 종박물관이 세워진 것은 해설사의 말대로 우연이 아닌 듯 싶다. 走馬看山격이었지만 생거진천에 와서 배우고 맛보고 즐긴 보람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추억이다. 끝으로 이 고장 명주를 맛보게 한 진전군청과 비를 맞으며 목이 시도록 자상하게 해설해 준 세분의 해설사에게도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