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난 옆자리의 회우들과 소곤소곤 대 화를 나누며 가다 금세 정안 알밤휴게소에 도착했다. 휴게소에서 정차한 차에서 내리는데 옆에 주 차한 버스의 앞 창에 ‘xx 고교 2학년 6반’이라는 전 광판 글씨가 눈에 확 띄었다. 내 모교 후배들의 수 학여행 차량이 분명했다. 나는 너무 반가운 나머 지 조금 기다렸다가 차에 올라서 “나도 너희처럼 53년 전 수학여행간 선배다. 반갑다!”고 인사했다. 지금은 전직 기자들과 공주 가는 길이라고 덧 붙이니 대선배를 만났다고 담임선생과 후배 학생 들이 박수를 쳐주었다. 순간 그 옛날의 내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차는 다시 달려 제일 먼저 공산성 입구에 닿았 다. 한적한 동네인 산성동에 위치한 산성인데, 세 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자랑스런 곳이다. 원래는 백제의 도읍지 웅진성으로 불렸고, 일반 다른 성들은 전쟁을 막기 위한 방어용이었으나 공산성 은 방어보다는 5대 64년에 걸쳐 왕과 왕족이 살던 왕궁 터였다고 해설사가 설명했다. 이 성의 길이 는 2,660m. 계단을 조금 올라 공산성 정상의 정자 에 오르니 넓고 수심이 얕아 보이는 금강이 유유히 천천히 흐르고 있다. 산성 주변에는 희고 깜찍 한 구절초가 무리지어 흐드러지게 피어있으면서 하늘하늘 군무를 추고 있었다. 구절초는 공주시내 곳곳 길가에도 피어 있는데 공주 시의 빛깔은 저 깔끔한 흰빛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옛 백제터에는 세계문화유산이 8곳 지정돼 있는데 그 중 2곳이 공주 땅이다. 금강 방향에서 시선을 10시 방향으로 돌리니 건너편 언덕에 역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무령왕릉과 송산리 고분군이 보인다. 공산성에서 차로 3분 거리인데, 공산성에 살던 왕과 왕족이 죽은 후에 묻힌 고분군이다. 공산성에서 내려와 바로 건너편 토속식당으로 들어갔다. 입구에는 “단체 예약이 있어 일반인은 오늘 받지 않습니다…” 하고 써붙여 있다. 우리가 전세 낸 식당이었다. 차려진 메뉴는 우렁된장 정식. 할머니가 37년째 매일 청정수 금강에서 건진 싱싱한 우렁을 듬뿍 넣어 토종된장에 넣고 끓인 찌개와 우렁 무침 등 15가지 반찬을 섞어 비빔밥으로 먹는 정식인데, 구수한 냄새가 입맛을 돋우었다. 식후에 눈 깜짝할 사이에 무령왕릉을 포함한 송산리 고분군에 닿았다. 모두 6기의 고분이 모여 있는데 유감스럽게도 이 고분들을 발견한 사람이 일제시대에 일본인 도굴꾼들이었다. 이 중 유일하게 주인공이 확인된 사람이 무령왕으로, 백제를 중흥시킨 주인공이다. 그의 유품과 초상화, 무덤 내부 모형이 인근 고분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무령왕릉임이 발굴, 확인된 과정도 재미있다. 그 위의 다른 무덤 쪽에서 빗물이 스며들어 고분이 훼손되는 것을 막는 공사를 하느라고 일부를 파헤친 중에 무덤 속에서 무령왕 무덤임을 알려주는 지석과 부장품을 발견했다. 그 외 다른 5기의 고분들에 묻힌 주인공들은 왕족으로 추정되지만 누구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무령왕릉에서 출발한 차는 이어서 마곡사로 향했다. 마곡사는 640년 신라 선덕여왕 때 지은 고찰이다. 1400년 고찰답게 주요 전각의 단청이 모두 벗겨져 고풍스러운 멋을 드러내고 있고, 좀 늦게 지은 전각만이 희미하게 단청이 남아 있다. 김구 선생이 일제말에 일본헌병 장교를 살해하고 사형선고를 받고 수감중에 극적으로 탈출해 머리 깎 고 승려가 되어 6개월간 마곡사에 숨어 살던 작은 기와지붕의 건물이 남아 있다. 김구 선생의 사진과 서산대사가 써주었다는 시 한 수가 적혀 있다. 절 대부분 건물과 석탑이 보물 또는 사보(寺寶) 로 지정돼 있다. 2018년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공식 등재될 것을 추진중이라고 한다. 마곡사 대 광보전(아미타불을 주불로 모신 곳)앞 마당에는 자주 노랑의 국화가 가득 피어있어 운치를 더하고 있다. 마곡사 주차장에서 절 마당까지는 도보로 30여분 걸리는데 우리는 사전에 절 주지스님에게 공문을 보내 우리 일행은 원로 언론인들이라 설명 하고 절 마당에 주차하도록 허가를 구했다. 그래 서 우여곡절 끝에 마당에서 내려 별로 걷지 않고 절 경내를 볼 수 있었다. 마곡사를 마지막으로 유적지 방문은 끝내고 저 녁 식사가 기다리는 신갈 한국관 식당으로 향했다. 한 상 거하게 차려진 불고기와 쭈꾸미 볶음, 잡채 등 고급 한정식에 소주와 막걸리로 흥을 돋우면서 쌓인 피로를 잊을 수 있었다. 식후에 마당에서 원두커피를 마시고 차에 올라 서울로 달리고 또 달려서 죽전 정류장에서 일부는 내리고 출발점 에 오후 8시 정각에 도착했다. 귀가 길에 오른 회우들은 모두 피로한 기색 없이 밝고 유쾌한 모습이었다. 대한언론인회의 문화탐방 테마는 먹거리, 볼거 리, 걷는 거리 등 3대거리를 만족시켜주자는 게 현 집행부의 방침이다. 맛있는 음식과 맑고 아름다 운 풍경, 그리고 다리에 부담주지 않고 걷는 거리가 짧게 줄이는 곳을 선택하여 즐겁고 편한 탐방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날의 공주 탐방도 그런 만족한 추억여행이 되었으면 한다. <이번 탐방을 지원한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수고한 진행요원들, 그리고 협조해주신 회우들에게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