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푸르고, 산은 울긋불긋 단풍으로 채색된 그림이었다. 경포대 앞바다는 또 얼마나 티없이 맑은 쪽빛이었던가. 우리 회우들이 나들이를 떠난 10월 17일은…. 9월 20일 단 하루 접수한 월정사 행(行) 가을 문화탐방은 신청자가 금세 정원을 초과했고, 10월 16일까지도 신청자가 밀려 대기자 명단에 넣기를 청했다. 16일 노 쇼(no show) 발생이 20명 넘었으나 대기자로 정원을 쉽게 보충할 수 있었다. 그렇게 초반부터 열기를 띤 문화 탐방이 시행된 10월 17일, 출발 예정보다 50분전 회우들이 도착하기 시작해 정확히 예정보다 5분후인 8시 5분에 출발한 버스 3대가 강변도로를 타고 씽씽 순조롭게 달렸다. 살벌한 서울길을 뒤로 하면서 점점 짙은 안개 속을 지나더니 1시간 반 후 홍천휴게소에 잠시 멈췄다. 긴 호흡을 하며 잠시 쉬고 다시 달려 오전 11시가 좀 지나 강릉 경포대 부근 선교장(船橋莊)에 닿았다. 선교장은 조선조 세종대왕의 형님인 효령대군의 11대 후손인 가선대부 무경 이내번이 전통 한옥을 짓고 지금까지 10대에 걸쳐 300여년째 살고 있는 99칸 한옥이다. 1965년 국가 지정 중요민속자료 제5호로 지정됐고, KBS 선정 전국 10대 전통 가옥 중 1위이다. 도로변에 감이 주렁주렁 달린 감나무가 줄지어 있는 집안으로 들어가니 왼쪽엔 유품 박물관이, 오른 편엔 연못이 맞아준다. 23채의 아름다운 전통 기와집 건물을 뒤에서 울창한 송림이 안고 있는, 학이 날개를 편 듯한 형태이다. 깔끔하게 관리하면서 지금도 후손이 살고 있는데 관리 비용으로 입장료 5,000원을 받는다. 경로 및 단체는 3,000원. 우리는 필명을 날리며 국내외 뉴스 보도에 평생을 바친 전직 기자들이니 협조 바란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 완전 무료입장 혜택을 받았다. 선교장에서 나와 10분 거리 경포호에 도착했는데 보고 싶던 가시연 은 볼 수 없고, 민물과 바닷물이 섞여서 물고기도 민물고기와 바닷고 기가 섞여 산다는 MBC 보도국장 출신인 해설사의 말을 들었다. MBC 보도국 부국장 출신인 김휴선 회우는 반가워하며 해설사와 오래 동안 악수를 나눴다. 금강산도 식후경, 월정사도 식후경. 다시 경포호를 떠나 1시간 후 경포해수욕장의 횟집에 당도했다. 파도가 잔잔하게 너울거리는 해변이 내다보이는 횟집에서 전체를 전세낸 듯 왁자지껄한 분위기에서 한상 잘 차려진 회정식과 술을 유쾌하게 먹고 마셨다. 우리가 먹은 음식은 미리 예약한대로 122명 식사에 음료수 또는 술이 넉넉했다. 광어와 오븐자기, 대하, 멍게, 소라 등의 싱싱한 회와, 고등어조림, 매운탕의 양이 푸짐해서 지금껏 문화탐방 중 가장 훌륭한 식사였다. 37년 전 창업한 그 집은 부산 처녀가 경포대에 여행왔다가 풍경에 반해 그곳 남자와 결혼하고 차린 횟집이란다. 다들 서둘러 회정식을 포식하고 해변 산책에 나섰다. 언제나 곱고 깨끗한 동해의 백사장이 역시나 고왔다. 쪽빛 물결이 잔잔한 해변을 거닐면서 “오늘의 회우들 모두 반드시 건강한 여생을 보내 머지않아 다시 오겠다”는 당찬 꿈을 품었다. 바다와 여기서 해변을 배경으로 기념사 진을 찰칵. 사진은 언제나 추억을 만드는 보물이니까···. 그 ‘부산 처녀’는 그곳을 떠날 때 회무침을 큰 그릇 세 개에 담아주며 서울 가는 길에 술안주 하라고 주었다. 참으로 마음도 곱다. 적당히 해변가를 산책한 후 차는 다시 강릉에서는 먼 길인 평창 오대산 월정사로 향했다. 한 시간 반 후 참나무 숲길이 우거진 속의 아늑한 월정사에 닿았다. 우리는 미리 주지스님에게 허락받고, 일주문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걷는 거리를 최소화했다. 월정사는 너무 잘 알려진 유서 깊은 절이다. 신라 선덕여왕 시절인 643년에 자장율사가 창건했다. 자장 율사는 중국 유학 중 오대산에 머물다 문수보살에게서 부처님의 사리와 가사를 받았다. 자장은 귀국 후 평창 오대산을 찾아 부처님 가사와 사리를 모신 적멸보궁 월정사를 지었다. 대법당 적광전 앞 팔각구층석탑 과, 법당을 마주보는 탑 앞의 석조보살 좌상을 비롯해 목조문수동자 좌상, 상원사동종 등 국보가 4건이고, 그 외도 많은 보물창고이다. 이 절 문수보살엔 세조의 전설이 있다. 세조가 만년에 피부암을 앓다가 조카 단종을 죽인 죄를 뉘우치며 월정사에 가서 오랜 동안 참회 기도를 했다. 그리고 서울 궁으로 돌아가는 길에 절 앞 개울에서 잠시 몸을 씻는데 동자가 앉아있었다. 세조는 “내가 임금이란 걸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라”라고 말했다. 동자는 “내가 문수보살이란 걸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답했다. 그러자 피부암이 완전히 사라졌다. 세조는 궁에 들어온 후 불교에 귀의하고 불교서적을 여러권 지었다. 월정사를 뒤로하고 차는 대관령을 넘어 굽이굽이 내리막길을 달렸다. 내년 2월 동계 올림픽 준비로 곳곳에 맵시를 내는 공사가 한창이라 교통 체증이 여기저기 있었다. 그래도 차창 밖으로 화려하게 전개된 단풍들이 마음을 즐겁고 편안하게 다독여주어 지루한 줄 몰랐다. 가평에서 간단히 곰탕을 먹고, 서울에 도착, 잠실역에서 대부분 하차하고, 프레스센터 앞에 닿은 게 오후 9시경이었다. 춘계, 추계 두 번의 문화 탐방 비용을 크게 지원 해준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봉사팀 대표 박문두 위원장 등에게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