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5일(현지시각) 신선호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대사를 내세워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정부의 천안함 조사 결과는 날조된 것이며 소설 같은 얘기”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지난달 28일에도 국방위원회가 직접 나서 정부의 천안함 조사 결과를 반박했는데, 이들이 주장하는 논리나 근거 중 상당 부분이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것들이었다. 북한의 반박 논리가 대부분 한국의 일부 정치권과 단체, 인사들이 주장했던 내용과 근거를 차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신선호 대사는 이날 “미국은 천안함 사건으로 오키나와 미군 주둔을 연장시키고 하토야마 정권의 퇴진을 유도해 한 개의 돌로 두 마리의 새를 잡는 효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은 천안함 사건으로 오키나와 기지 이전 등 일본의 양보를 받아 재미를 톡톡히 봤다”고 했었다.
심지어 강정구 전 동국대 교수는 천안함 사건을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사건으로 만든 것”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국내 일부 세력이 주장했던 한미 연합훈련 중 ‘오폭설’에 대해서도 신 대사는 “우리가 집중하는 문제 중 하나”라고 했다.
국내에서 먼저 제기됐던 ‘오폭설’이나 ‘미군 잠수함 충돌설’은 북한이 외교관을 통해 외국에 해명하는 과정에서도 차용했던 내용이었다. 그러나 한미 대잠수함훈련과 천안함 피격지점은 170㎞나 떨어져 있어 설득력이 전혀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
어뢰 추진체에 쓰인 ‘1번’에 대해서도 북한은 국내 일부 세력의 주장을 그대로 전했다. 북한 국방위는 지난달 28일 “우리는 광명성 1호 등 ‘호’라고 쓰지 ‘번’은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앞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에선 1번, 2번 같은 일본식 단어를 쓰지 않는다”고 주장했었다.
야당 추천 조사위원이었던 신상철씨는 노골적으로 “1번은 우리 측이 쓴 것 같다”고 했고,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유성잉크는 150도 정도면 타버리는 게 과학적 상식”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신 대사도 뉴욕에서 “청색 마커로 쓴 1번은 폭발 후 고열 때문에 남아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의 견해”라고 주장했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박선원씨는 북한 어뢰 잔해 발견에 대해 “해군 장비를 동원해 계속 찾지 못하다가 발표 5일 전에야 찾은 이유는 뭐냐”며 증거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는데, 신 대사도 “첨단장비를 갖춘 한·미가 50일간 찾지 못하다가 조사 발표 5일 전에야 그물로 건져 올린 것은 웃긴 얘기”라고 했다.
정부 발표를 비아냥거리는 방식도 유사하다. 신 대사는 “한국 위성(나로호)이 실패한 원인도 우리의 어뢰 공격 때문이냐”고 했는데, 나로호 발사 실패 이후 다음 아고라 등에는 “나로호 실패도 북한 어뢰 때문이냐”는 글들이 적지 않았다.
참여연대가 안보리에 보낸 서한 내용 중 연어급 잠수정의 존재 여부나 가스터빈실 보존 형태에 대한 문제는 북한 국방위의 기자회견 때 나왔던 내용과 별 차이가 없다.
이에 대해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합리적 의혹 제기가 북한 주장과 같다고 해서 문제삼는 건 곤란하다”고 했지만, 일부에선 “서로 논리적으로 뒷받침해주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반박은 결국 우리 내부를 흔들기 위한 심리전 성격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