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정치가 비틀거리고 국정운영이 난조(亂調)를 보일 때 획기적인 변화와 개혁을 갈망한다. 평소 꾸준한 민의 수렴과 대국민 설득을 노력을 하지 않고 선거 때 지역과 관록 이념만으로 국민이 표를 줄 것이라는 막연한 환상과 기대 과신하는 것은 필패(必敗)를 자초하게 될 것이다.“
앞의 말은 1970~1990연대 미국의 대통령선거 및 상하원의원 선거를 주름잡던 탁월한 정치 컨설턴트, 선거전략의 귀재(鬼才)로 꼽혔던 데이비드 거건의 충고다.
닉슨. 포드. 레이건, 클린턴 등 4명의 대통령의 선거 및 정치를 자문했던 거건의 충고는 오랜 현장경험의 산물로 어느 나라 어떤 선거에도 적용되는 원칙인 셈이다.
지난 4.13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는 분노한 민심의 폭팔로 빚어진 선거혁명이자 정치변혁을 예고하는 일대 드라마였다.
새누리당의 대패(大敗) 참패 완패, 더불어 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승리, 국민의 당의 대약진으로 드러난 선거결과는 민심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정치권에 인식시켰다고 할수 있다.
지역 253 비례 47명을 합친 국회의석 300명 중에서 새누리 122, 민주 123, 국민 38, 정의 6, 무소속 11명의 당선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판도였다.
19대 국회에서 재적 과반의 의석을 확보했던 새누리당은 과반보다 28명이나 줄어 16년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의 구도에다 제2당으로 추락하는 엄청난 패배, 수모를 겪었다. 안이하게 야권의 분열을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하면서 180석선을 느긋하게 기대하던 집권당은 하룻밤 새에 분노한 민심 폭탄에 맞아 초토화되고 만 것이다.
여소야대의 국회는 집권세력의 정치적 운신, 입법(立法)등 국정운영이 지극히 어렵게 된 것을 의미한다.
오만과 과신에 빠진 여당의 참패
4·13 총선서 여당이 처참하게 패배한 근본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까지 선거전 야권(野圈)이 분열하면 여당은 땅 집고 헤엄치기 식으로 대승을 거둬 왔었는데 이번에 야권의 분열에도 대패한 진짜 배경은 무엇인가.
물론 겉으로는 새누리당이 너무나 한가하게 친박 비박계간의 정쟁(政爭)과 내홍의 연장전으로 벌인 후보공천 과정에서의 가히 목물인견 (目不忍見) 수준의 각가지 추태를 이유로 들수 있을 것이다.
국민들로서는 책임 있는 공당(公黨)인 집권당답지 않은 일련의 공천 추태(醜態)에 큰 실망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당 대패의 가장 핵심적이고 결정적인 원인은 박근혜 대통령의 실정(失政)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이 주저앉는 경기침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계대출 급증, 늘어나는 청년실업, 전월세 값 인상에 따른 고통, 30~40대 직장인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이 새누리당에 등을 돌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대통령은 국정운영의 부진은 국회 때문이라고 거듭 떠넘기는데 실망한 전통적인 지지자들까지 오히려 야당 쪽 후보에 표를 던진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여당이 그래도 전통적인 지지표와 보수계층 및 지역표는 몰표를 던져주어 승리할 것이라는 오만 환상 과신에 빠져있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에게 접근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바지사장으로 영입된 김종인 대표가 중심을 잡고 특유의 뚝심으로 흔들리는 당을 추수리고 공천을 지휘했으며 선거 중에는 ‘문제는 경제야!’하는 캐치플레이스를 연호하며 전국을 누볐다.
한마디로 민생과 실업 가계대출과 전월세값 부담으로 고통 받는 서민들의 마음을 잡고 움직인 것. 공약과 정책면에서도 밋밋하고 평범한 새누리당에 비해 민주당이 국민의 시선을 더 끌었다.
이번 총선은 한국의 정치발전과 관련해 부분적이나마 중요한 변화와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정당이나 후보의 노력에 따라서 철옹성만 같던 지역주의의 벽이 흔들리고 균열을 일으킨 것, 새누리의 이정현이 순천에서 재선되고 정운천이 전주에서 3수 끝에 배지를 얻은 것도 그렇고 대구에서 몇 차례 고군분투 끝에 민주당 간판으로 당선된 김부겸의 승리는 매우 값진 것임에 틀림없다.
앞으로 정국은 어떻게 펼쳐질까
올 하반기부터 출범하는 제20대 국회, 앞으로의 정국은 어떻게 펼쳐질까. 무엇보다 박대통령의 국정운영이 매우 어렵게 됐다. 새누리당의 대패는 박근혜정부의 실정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자 중간평가로 레임덕은 점차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취임이래 50%선을 유지해오던 지지율이 선거후 30%선으로 급락(急落)한 것은 박대통령이 지금까지와 같이 대 국민, 대 정치권과의 소통에 인색하고 무조건 나를 따르라는 식으로는 더 이상 안 된다는 경종이라고 봐야한다.
남은 임기 21개월간 오만과 경직된 자세를 던지고 매당 여야당의 수뇌들과 격의 없이 만나서 경제 살리기, 일자리 창출, 가계대출과 전월세 해결, 남북문제 등 당면 현안들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해 해법을 마련해야한다.
당연히 자신이 추진해 3년여 국정을 지체 시켰던 국회선진화법의 백지화 내지 개정을 설득해야 한다. 대통령이 파격적으로 소통 등 자세를 바꿔 정치권과 정책의 공동입안 추진에 나선다면 야당도 협력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노동과 금융개혁, 대기업 구조조정 등 산적한 난제는 정치권과 함께 풀어가는 게 필연적이다.
만의 하나 대통령이 원칙과 소신을 바꿀수 없다며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들의 선례를 이어 새누리를 탈당, 중립을 선언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한다. 이는 무책임한 처사로사 국가와 국민을 위해 결코 도움이 되지않을 것이다.
새누리당은 비상한 각오로 당 수습 당 재건에 나서야 한다. 친박계 비박계 모두 자성자숙해야 한다. 총선대패를 서로 네 탓이라며 삿대질을 일삼고 대표 등 요직 등을 두고 파쟁(派爭)에 열을 올릴 경우 미래는 암담할 게 명확하다. 국민이 또다시 분노하면 대선도 재집권도 물 건너 갈 것이다.
강직하고 명망 있는 당외 인사에게 대표를 맡겨 당을 환골탈퇴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 무소속 당선자들의 복당으로 제1당이 되니 집권당으로 힘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제1당이자 야당의 맏형이 된 민주당 역시 승리의 도취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제1당과 수석야당에 걸 맞는, 재집권을 목표로 하는 책임정당 수권정당의 자세를 국민에게 보여야한다.
행여나 선진화법을 활용해 정부 여당의 발목을 잡고 박근혜 정부를 궁지에 모는 것을 업적(?)으로 여긴다는 생각은 하루빨리 버려야 한다. 국민의 뜻을 헤아려 정책을 개발해 국정에 반영시키는 생산적 제1당의 자세를 과시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
국민의 당, 제3의 역할 주목
제2의 자민련이라고 지목되는 국민의 당은 호남당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과거의 야당들처럼 정치투쟁 전문의 정당이 아니라 정책전문 정당으로 변신하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한다.
벌써부터 대통령선거의 결선투표와 거국내각 연립내각의 구성의 검토 운운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고 시기상조다. 여야 어느 정당도 지나진 집안의 파쟁(派爭)과 힘겨루기 식 정쟁(政爭)에 몰두해 국민을 분노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 여야당 국민에게 20대국회 벽두부터 정책경쟁과 중요현안에 대해 진지한 협의하는 모습을 선보여야 한다.
따지고 보면 선거의 승리, 성공적인 정치는 농부가 열심히 농사를 지어 풍성한 수확을 걷는 것과 같다. 선거와 정치에는 공짜도 적당히도 막연한 환상과 과신도 통하지 않는다. 민의(民意) 민심(民心) 이라는 논밭에서 열심히 농사를 지은만큼 승리와 성공이라는 값진 수확을 거둘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