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체제'를 떠받드는 '파워 엘리트' 면모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두드러진 것은 김정일 시대에서 김정은 시대로 넘어가는 권력교체기의 파워 시프트다. '선군(先軍)'에서 '선당(先黨)'으로 가는 게 확연하게 느껴진다. 구체적으로는 김정은 체제 출범 3개월간 끊임없이 이뤄진 인적쇄신 와중에 '장성택·최룡해·리영호' 3두체제에서 '장성택·최룡해' 쌍두체제로의 재편이 두드러진다.전문가들은 지난 4월 공식 출범한 이후 3개월간 인적쇄신이 이어지면서 권력승계과정에서 형성됐던 '장성택·최룡해·리영호' 체제가 최근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 해임을 계기로 '장성택·최룡해' 연합라인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선군정치'도 '김정은 시대'에는 당이 군을 지도하는 선당정치로 선회하는 조짐이 뚜렷하다. 파워엘리트 중심축도 군부에서 당·정 전문가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17일 통일부 등에 따르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김정일 위원장과 달리 노동당을 중심으로 인적·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있다. 아버지인 김 위원장이 '선군정치'를 내세우면서 군에 방점을 두고 권력 안정을 꾀했다면 김 제1위원장은 전통적인 사회주의 방식인 '당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것. 리영호 해임도 이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에서 리영호 해임을 결정한 것은 북한에서 군대는 '국가의 군대'가 아니라 '당의 군대'로 인식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김 제1위원장이 2010년초 후계자로 낙점된 뒤 2년여간 인적쇄신에서도 이같은 경향은 뚜렷하게 드러난다. 김 제1위원장은 가장 먼저 체제보위의 핵심기구인 군부와 공안기구 핵심인사들부터 교체했다. 지난해 류경 국가안전보위부 부부장과 주상성 인민보안부장, 지난 4월에는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이 모두 숙청됐다. 당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인 조직지도부의 제1부부장인 리용철·리제강도 2010년 각각 심장마비, 교통사고로 사망했는데, 당시 권력암투에 의한 사망설이 제기된 바 있다.핵심 측근들의 출세 및 하락 속도도 '김정일 시대'보다 훨씬 빠르다. 김정일 위원장 생전에 장성택·리영호·최룡해가 김 제1위원장을 후견하는 '3인방'이었는데, 채 2년을 넘기지 못하고 리영호가 탈락된 것. 반면 경제·외교·대남·대외 인물들에 대한 주목도는 '김정일 시대'보다는 훨씬 더 떨어진다. 그만큼 내부권력 중심에서 밀려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기범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은 체제는 출범과 더불어 병영체제적 특성이 심화됐으며, 점진적 세대교체가 있을 것"이라면서 "김정일 사후에는 리영호와 최룡해가 서로 견제하면서 김정은을 보좌하는 관계가 자리잡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