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년을 함께해 온 친구 홍원기 회장 영전에
(한기호 본회 회우·전 한국일보 사회부 기자)
죽음 앞에 서면 절로 숙연해진다. 이승과 저승의 길목에 사는 늙은이일수록 담담하게 받아드리자고 다짐하다가도 막상 영정 앞에 서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묵향처럼 그리움이 스며든다. 영정 사진속의 친구는 특유의 잔잔한 웃음을 머금고 있으나 이제는 전화를 걸 수도, 점심 약속을 할 수도 없게 됐으니 죽음을 실감한다.
홍원기 회장과는 지난 63년 동안 언론일업(業)의 관계로, 언론계 지친(至親)으로 함께 해온 죽마고우와 마찬가지다.
지난여름, 췌장암 초기 진단을 받고나서는 "의사가 일찍 발견해서 다행이래, 수술하면 좋아질 것"이라며 천진한 소년처럼 말했다. 담낭에서 생성된 담즙을 췌장으로 보내는 담낭관에 암 조직이 생겼다. 걱정하는 내게 새끼손가락을 보여주며 “이것보다 작대, 수술만하면 된대. 오히려 나의 걱정이 지나치다는 투였다. 그러나 세상일을 누가 알랴. 조그마한 암 덩어리가 목숨까지 앗아갈 줄이야.
마지막 길을 배웅하면서 홍 회장과의 만남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내가 홍원기를 처음 만난 것은 한국일보 견습기자로 입사한 1960년 11월 어느 날이다. 편집국 구석진 자리에서 구식 수동전화기를 여러 대 놓고 큰소리로 지방주재기자들과 통화하면서 기사를 열심히 받아 적었다. 그리곤 옆에 있는 이목우 지방부장에게 넘겨주고는 무표정으로 앉아있었다. 훤칠한 키에 내 또래의 청년으로 동갑이었다. 홍 전 회장은 한국ABC협회 이사 겸 공사제도 위원장, 한국신문협회판매협의회 회장, 한국신문마케팅연구소 소장, 한국메트로 상임고문, CBS노컷뉴스 대표이사 회장 등을 역임하며 평생 언론계에 몸을 담았다. 2004년 4월에는 서울언론인클럽 특별언론인상을 수상했다. 홍 회장은 한국일보 판매 이사직 시절, 조석간 발행을 앞두고 매번 배달 사정 때문에 무리하다고 반대했던 일화 등을 바탕으로 <신문판매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책을 펴내 광고 및 신문 판매 이론과 실제를 겸비했다.
이제는 부를 수 없는 홍원기 회장!
하루 몇 번씩 하던 전화 통화도 할 수 없게 됐네. 그 잔잔한 미소도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영원한 이별을 실감하네. 나 또한 몸 이곳저곳 고장난 곳이 많으니 죽음과 마주하고 사는 느낌이 드네. 친구여 잘 가게. 저 세상에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약하네.